정치 정치일반

군 당국이 묵도한 특정방산 기업과실로 선의의 방산기업이 피해입어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10.31 14:55

수정 2017.10.31 18:01

군인공제회, 전북 무용촌 원가 부풀렸는데 고급 소재 쓴 기업이 손실입어
방사청 납품 문제 제기되자 납품가 깍아 대체 소재 군사적 신뢰도 문제
개발사 트렉스타 어려움 속에도 "고어텍스 소재 사용할 것...장병과 약속"
트렉스타가 개발한 기능성 전투화가 방수 및 투습 기능에 대한 품질평가를 받고 있다. /사진=null
트렉스타가 개발한 기능성 전투화가 방수 및 투습 기능에 대한 품질평가를 받고 있다. /사진=null

군 당국이 규정과 법령을 근거로 책임 떠밀기식으로 악성 방산기업의 부정당 행위를 방치해 우량 방산기업의 활동을 저해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방산관련 업무를 담당했던 한 에비역 장교는 10월 31일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전투화를 납품하는 군인공제회 산하 엠플러스에프엔시(이하 군인공제회) 등 일부 악성 방산 기업이 판을 쳐도 군 당국은 이를 제지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간기업 기능성 전투화 개발했지만 납품은 군인공제회와 나눠야
최근 국회 국방위원회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방위사업청이 일부 전투화 납품업체의 원가 허위 신고사실이 드러난 후에도 특별한 제재 없이 해당 업체들과 다시 계약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이 의원이 지적한 전투화 업체는 군인공제회와 보훈지정 기업인 전북 무용촌 두곳 이다. 2011년 4월까지 총11개 전투화 납품업체 중 군인공제회 48.2%, 전북 무용촌 11.1%의 납품율을 보였지만, 군 당국이 기능성 전투화 사업을 추진하면서 전투화 사업에서 밀려났다.


군 당국은 2010년 발생한 '물새는 전투화 사건'을 계기로 군 당국이 민간의 우수한 기술력을 군에 접목시킨 고 기능성의 전투화 사업을 추진했기 때문이다.

기능성 전투화 사업은 국내 아웃도어 브랜드인 트렉스타가 등산화 제작노하우를 총집합해, 방수와 땀을 내보내는 고어텍스 내피를 적용한 전투화를 납품하면서 기술평가에서 트렉스타를 따라잡을 수 없었다.

기능성 전투화 사업초기 계약방식은 '협상에 의한 계약'으로 기술점수 80%, 가격점수 20%를 적용했다. 그러나 2015년 8월 26일 육군군수참모부는 관계기관 회의를 통해 전투화 납품계약을 '최저가 입찰제'로 변경했다.

방산물자 관련 종사들은 '군인공제회 등 기존 전투화 납품업체들이 2015년까지 트렉스타가 4년간 전투화 납품을 독점하자 '국방부 장관님께 드리는 건의문'이라는 제목의 언론광고를 통해 불만을 토로한 것이 계기가 됐을 것'이라고 말한다.

개발업체인 트렉스타는 결국 자신들의 개발노하우 등 지적재산권 상당 부분을 기존 업체와 공유하고 다수의 업체가 일정 부분을 나눠서 납품하는 '콘소시엄' 형태로 전투화를 납품할 수 밖에 없었다.

육군 군수사령부 이러한 조치에 대해 관계기관회의 참석한 방사청과 국방기술품질원은 품질 저하의 우려가 있어 강력하게 반대의사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육군 군수사령부의 계약방식 변경으로 군인공제회와 전북 무용촌은 다시 전투화 사업으로 복귀하게 된 셈이다.

군인공제회 산하 대양산업이 과거 언론에 밝힌 입장. 2015년 육군 군수사령부 관계 기관회의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다(붉은 선 부부) /사진=유용원의 군사세계
군인공제회 산하 대양산업이 과거 언론에 밝힌 입장. 2015년 육군 군수사령부 관계 기관회의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다(붉은 선 부부) /사진=유용원의 군사세계

품질규정 까다로운 고어텍스 대신 국산 소재 내피 사용
군인공제회와 전북 무용촌은 지난해 10월 부터 납품계약 체결 당시 내피 소재로 쓰기로 한 고어텍스 대신 국내업체인 벤텍스의 소재를 사용했다.

벤텍스의 소재를 사용할 경우 켤레당 소재가격은 3000원 정도 저렴해진다.

그러나 이들 업체는 올해 9월 전투화 납품계약을 앞두고 원가산정을 위해 제시해야 하는 서류를 상대적으로 비싼 고어텍스 기준으로 방사청에 올렸다.

이 의원에 따르면 이렇게 부풀어진 원가 총액은 27억원에 달한다.

방사청은 이들 업체가 고어텍스가 아닌 국산 소재로 내피를 변경한 것을 지난 10월 인지했지만, 이를 부정이익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방사청 관계자는 "지난해 전투화 납품계약 체결 이후인 10월 해당 업체들이 고어텍스와 동일한 물성치(성능)을 지닌 벤텍스로 소재를 변경하겠다고 문의가 왔고, 기품원의 품질평가에 문제가 없어 방사청이 소재변경을 승인했다"면서 "전투화 납품계약은 물가 상승 등 원가 상승이나 절감과 상관 없이 일정금액으로 납품하는 '확정계약이라, 소재 변경으로 인한 원가 절감을 정당한 이득으로 인정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단, 지난 9월 이뤄진 전투화 납품계약에서는 해당 업체들이 벤텍스 소재를 사용함에도 고어텍스 기준으로 전년도 성과실적으로 보고한 것을 방사청 직원이 인지해 조치를 했다"면서 "올해 전투화 납품가격은 벤텍스를 기준으로 더 싸게 측정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관련 방산 업체들은 방사청과 기품원의 조치에는 헛점이 많다고 지적한다.

방산물자 관련 소재와 완제품을 생산하는 업체 관계자는 "벤텍스 사의 소재는 군이 요구하는 물성치를 충족한다고 하지만, 같은 제품에도 물성치의 차이가 있어 동일한 군사적 신뢰성을 보장할지는 장기적으로 관찰해야 한다"면서 "고어텍스는 군이 요구하는 물성치를 훨씬 웃돈다.
더욱이 고어텍스 소재를 이용한 제품의 공정과정에도 미국 고어텍스사는 관여하고 사후서비스까지 제작사가 책임져야하기 때문에 군사적 신뢰성의 차이가 크다"고 말했다.

또 다른 소재 가공업체 관계자는 "군인공제회와 전북무용촌이 벤텍스를 사용한 것은 가격도 가격이지만, 고어텍스사의 까다로운 공정관리에 부담을 느꼈을 것"이라면서 "두 업체들의 과실을 방사청이 부정당 거래업체로 지정하지 않고 납품가격만 깍아버린 것은 선량한 방산기업의 활동을 제한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기능성 전투화 개발사인 트렉스타 관계자는 "납품가격이 인하됐지만, 고어텍스 소재를 사용할 것"이라며 "이는 장병과의 약속"이라고 말했다.

captinm@fnnews.com 문형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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