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권 의원 "무관세 허점틈타 외화밀반출 논란"
한국마사회가 종마 값을 부풀려 수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5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현권 의원이 한국마사회로부터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3년과 2016년 미국에서 각각 36억5000만원과 36억7000억원에 수입한 한센과 테이크차지인디란 말은 수입전 국제 성적이 초라한데다, 국내 수입 이후에도 자마 성적이 비슷한 가격대의 씨수말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김 의원이 미국에서 권위를 자랑하는 전문언론 블러드하우스가 제공하는 국제 씨수말 랭킹서비스를 이용해서 검색해 본 결과 한센과 테이크차지인디에 대한 기록은 거의 살펴볼 수 없을 정도였다. 이는 마사회가 비슷한 시기에 들여온 티즈원더풀, 샤프휴머, 오피서 등과는 대조적이었다.
어렵사리 검색한 한센과 테이크차지인디의 국제 성적은 초라하기 그지 없었다. 한센은 2015년이전엔 150위밖에 벗어나 변변한 국제 성적도 찾기 힘들었다. 한센의 자마가 경주를 통해 벌어들인 금액은 2016년 87만8050달러(9억8166만원)가 고작이었다. 또 2017년 현재까지 185만달러(20억6830원)를 기록하는데 그쳤다. 테이크차지인디는 2016년 이전에는 150위안에 이름조차 올리지 못했다. 2017년 현재 데이크차지인디의 자마들이 세계 각지에서 거둬들인 총상금액은 59만2587(6억6251만원)달러에 불과했다.
이는 국내 농장이나 생산자단체가 마사회보다 저렴하게 수입한 씨수말이 거둔 성적에 미치지 못한다. 한국경주마생산자협회가 올해 12억7000만원에 수입한 '콜로넬존'의 자마들이 전세계에서 현재까지 받은 상금은 567만달러(63억4000만원), 2014년 10억3000만원을 들여 수입한 '애니기븐세터데이'의 자마들이 올들어 벌어들인 상금은 435만달러(48억7000만원)에 달한다.
올해 마영영농조합법인이 4억2100만원에 수입한 '디바인파크' 자마들은 이미 303만달러(약 33억9000만원), 챌린저팜이 8억1200만원에 수입한 '카우보이칼' 자마들은 219만달러(약 24억5000만원)를 각각 벌어들였다. 생산자단체가 지난 2015년부터 도입한 10억원대 씨수말들이 30억원대 마사회 씨수말들을 국제적으로 앞서는 것은 이제 공식화할 지경이다.
실제 한국경주마생산자협회가 지난 2014년 10억3,000만원에 수입한 애니기븐세터데이는 2013년까지 국제랭킹 150위안에 든 국내 씨수말중 첫번째부터 네 번째까지 휩쓸던 마사회 씨수말들을 단숨에 제쳐버렸다. 2014년 마사회가 자랑하던 씨수말들의 전세계 자마 총상금은 30억원어치 샤프휴머는 556만달러(62억1608만원), 28억6000만원짜리 티즈원더풀은 545만달러(60억9310만원), 25억원어치 록하드텐은 420만달러(46억9560만원), 37억6000만원짜리 오피서는 390만달러(43억6020만원)를 기록했다.
반면 한국경주마생산자협회의 애니기븐세터데이는 817만달러(91억3406만원)의 성과를 거둬 압도적인 우위를 보였다. 특히 10억원어치 애니기븐세터데의 자마가 세계에서 벌어들인 총상금은 고공행진을 지속하면서 한국경주마생산자협회가 12억7000만원에 콜로넬존을 수입해서 들여오기전인 2016년까지 국내 씨수말가운데 부동의 1위를 차지했다.
마사회가 수입하는 씨수말 값이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은 이미 오래전부터 제기돼 왔다.
마사회는 2008년 역대 최고가인 39억2000만원을 들여 아일랜드에서 호크윙이란 씨수말을 수입했다. 문제의 호크윙은 2005년~2008년 국제 씨수말 랭킹을 검색했을 때 150위안에 들지도 못했다. 호크윙의 자마들이 얻은 누적 상금액수는 15억원정도로 마사회가 2006년~2011년까지 들여온 씨수말 10마리 가운데에서 가장 적은 실정이다.
씨수말 수입과 이용면에서 마사회보다 농장, 생산자단체가 비용대비 효용이 훨씬 큰 것으로 나타남에 따라 마사회는 앞으로 우수 경주마 생산을 위한 역할을 달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 마사회는 비용이 많이드는 씨수말을 수입하기 보다는 육성마 단계부터 길러서 씨수말을 생산하는 쪽으로 우수 경주마 생산기반 조성 방식에 변화를 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몇 해전부터 마사회는 생산자와 경쟁하면서 다 큰 씨수말을 비싸게 들여오기 보다 미국 현지에 육성마 목장을 조성하고 씨수말로 클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닌 망아지를 선발해 우량 씨수말로 키워 국내에 들여온다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우수한 씨수말을 3억~4억원에 길러낼 수 있다고 한다.
김 의원은 "마사회가 국제적인 인지도, 그리고 성적에 비해 지나치게 높은 가격으로 씨수말을 수입해 논란을 빚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적정 가격과 수입가격의 격차가 너무 크게 벌어지면서 외국으로 돈을 빼돌린다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우수한 씨수말을 고르고 수입해서 기르는 것은 마사회보다 오히려 생산자, 생산자단체가 월등한 성과를 보이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그런 만큼 마사회는 이제 비싼 씨수말을 직접 수입하는 일보다 투자를 통해서 우수한 씨수말을 직접 선발하고 키워내는 일에 전념하는 것이 합당하다"고 말했다.
fact0514@fnnews.com 김용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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