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 왈리드 왕자 포함해 장관, 전직 관료들 체포
자본이탈.유가불안 등 부정적 영향 가능성 우려
자본이탈.유가불안 등 부정적 영향 가능성 우려
사우디아라비아의 5일(현지시간) 전격적인 반부패 숙청은 불확실성을 높여 사우디 자본이탈을 가속화하고, 국제유가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다만 사우디의 '감산연장' 석유정책 기조에는 변화가 없을 것으로 예상됐다.
FT는 사우디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사진)가 이끄는 급히 만들어진 반부패당국이 국제시장의 큰 손 알 왈리드 빈 탈랄 왕자를 포함해 사우디 왕자들과 장관, 전직 각료들을 부패혐의로 전격 체포하면서 투자자들 사이에 불안감이 촉발됐다고 전했다.
특히 사우디 기업인들은 자신이 체포 대상이 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으로 술렁이고 있다고 FT는 지적했다.
금융계에서는 사우디 국민이 환호하고는 있지만 이번 전격적인 반부패 조처가 사우디의 자본이탈을 급격히 높일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사우디에서는 최근 수년간 경기둔화와 지정학적 갈등 고조 여파로 자본 해외이탈이 이뤄지고 있다. 여기에 반부패 숙청이라는 불안 요인이 더해지면서 자본이탈이 날개를 달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워싱턴 싱크탱크인 윌슨센터의 데이비드 오타웨이 연구위원은 "알 왈리드 왕자 체포는 (2030년까지) 사우디를 석유에 의존하지 않는, 민간부문이 경제를 주도하는 국가로 만든다는 (무함마드) 왕세자의 '비전2030'에 대한 국제 투자자들의 관심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부패척결은 개혁을 내 건 모하메드 왕세자로서는 더 이상 뒤로 미룰 수 없는 시급한 사안이었을 수도 있다.
부패는 수십년간 사우디 경제를 좀먹어왔다. 관료들이 권한을 악용해 정부 계약에서 뒷돈을 받는 등 사우디 경제 경쟁력을 약화시켜왔다.
단기적인 충격이 뒤따를 수는 있지만 중장기적으로 사우디 경제를 정상궤도에 올리는 발판이 될 수 있다.
한편 사우디의 반부패 움직임은 석유시장에서 당분간 유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새로운 정치리스크가 유가를 끌어올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UBS자산운용의 상품 담당 애널리스트 지오바니 스토노보는 예상치 못한 정치적 움직임은 시장이 원하지 않는다면서 "시장은 정치적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가 좀 더 명확해질 때까지 유가에 리스크 프리미엄을 붙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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