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사우디, 892조 짜리 반부패 숙청 나선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11.08 18:02

수정 2017.11.08 18:02

빈 살만 왕세자 권력정지작업.. 왕자 11명 포함 60여명 구금.. 저유가 재정악화에 국고환수
사우디아라비아가 세계 50대 부자인 알왈리드 빈 탈랄 왕자를 포함한 주요 인사들을 반부패 혐의로 전격 체포하면서 최대 8000억달러를 국고로 환수할 전망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7일(이하 현지시간) 소식통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모하메드 빈 살만 왕세자(사진)가 주도하고 있는 이번 숙청으로 왕자 11명을 포함, 60여명이 구금됐다.

사우디의 반부패 조사는 3년 전 시작됐지만 조만간 아버지 빈 살만 왕으로부터 왕위를 물려받게 되는 모하메드 왕세자가 이번에 급조한 반부패기구가 4일 왕족을 포함한 사우디 유력인사들을 전격 체포하면서 급물살을 타고 있다.

특히 이번 숙청은 모하메드의 왕위 계승을 둘러싼 권력기반 정지작업과 함께 그가 추진하는 경제개혁 계획인 '비전 2030'의 재원조달 성격도 띠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이날 사우디 중앙은행인 사우디금융청(SMA)은 부패 혐의자들의 개인계좌를 동결했다고 발표했고, 이는 사우디 법무장관의 요청에 따라 이뤄진 것이라고 SMA는 밝혔다.


사우디 정부는 그동안 부패혐의가 드러나면 이들이 취득한 자산은 국고로 환수하겠다고 밝혀왔다.

지난 6월 왕세자에 책봉되면서 왕위계승권을 공식화한 모하메드 왕세자는 세계 최대 석유업체인 사우디아람코 지분 5% 상장 등을 포함, 야심찬 경제개혁 구상을 내놓았지만 재원조달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2014년 정점을 찍은 뒤 국제유가가 오랜 침체를 겪으면서 국채를 발행하는 등 정부재정이 악화됐고, 외환보유액도 축나기 시작했다. 2014년 7300억달러로 최대를 기록한 뒤 외환보유액은 계속 줄어 지난 8월 현재 4876억달러까지 떨어졌다. 이들 자산 대부분이 해외에 있어 이를 환수하는 데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 가운데 일부만 국유화해도 재정에 숨통이 트일 것으로 기대된다.

정치컨설팅 업체인 유라시아그룹은 분석보고서에서 모하메드 왕세자가 "정부의 투자계획 자금을 조달하기 위한 현금이 필요한 상태"라면서 "사우디 경제 개선을 위해 추가 재정수입이 필요하다는 점이 점점 더 뚜렷해졌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이어 사우디 정부가 기업인, 왕족들과 협상을 통해 체포하지 않는 대신 사우디 국가경제에 더 많은 기여를 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내는 노력 역시 병행할 것으로 예상했다.

반부패 조사는 앞으로도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사우디 관리는 "자산동결이나 체포는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면서 "조사가 진행되면서 더 많은 이들이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사우디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킹덤홀딩스 소유주인 알왈리드 왕자는 돈세탁, 뇌물, 강탈 등의 혐의를 받고 있다.

알카에다 지도자였던 오사마 빈 라덴의 이복형제도 이번에 구금됐다.
걸프만 최대 건설회사인 사우디빈라딘 그룹 회장인 바크르 빈라덴은 메카 대사원 증축공사를 수주하는 대가로 뇌물을 건넨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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