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이화여대 의대교수가 강의시간에 “공부도 좋지만 얼굴도 가꿔 좋은 사람 만나라”, “어느 직종이든 여자가 반 이상 하면 (그 직종은) 하향길” 등 여성비하 발언을 한 뒤 논란이 커지자 사과했다.
#지난 9월 순천대 한 교수는 위안부 피해자를 언급하며 “그럴 줄 알고 일본에 끌려간 여자들도 있을 거고 원래 끼가 있으니까 따라간 것”이라는 망언을 내뱉은 뒤 학생들로부터 사과요구를 받았다.
대학가 성차별 발언이 줄곧 도마에 오르고 있다. 강의시간에 교수가 여성을 비하하는 데 학생들이 문제를 제기, 논란이 반복되는 것.
이런 발언은 대학교 내에서 심심찮다. 출산율 감소의 원인을 여성으로 지목, “여자들이 결혼을 안 한다”거나 “몸을 함부로 굴린다”며 20대 여성을 축구공에 빗대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청년층과 전문가들은 ‘젠더감수성의 부재’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젠더감수성은 다른 성별을 이해하기 위한 감수성, 즉 그에 대한 공감능력을 말한다.
서울 내 대학교에 재학 중인 A(21·여)는 “우리나라는 여전히 남자가 여성을 쉽게, 하찮게 언급해도 문제되지 않는 사회”라며 “문제의 교수들은 본인의 성(性)으로만 여자를 바라보는 듯 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대학생 B(23·남)씨는 “양성평등을 넘어 성평등(성소수자에 대한 평등을 포함)을 논의하는 사회에서 이런 발언은 시대를 역행하는 행위”라며 “‘남자가 왜 울어?’ 등 남자의 고충을 이해받기 위해선 여성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이런 발언은 교수들의 문제의식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또 이런 논란은 SNS 이전부터 지적돼 왔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한국성폭력상담소 노선이 활동가는 “교수는 강의실, 학교 등 폐쇄적 공간에서 권력을 갖고 있어 본인 발언이 얼마나 파급력 있을지 고려치 않는다”며 “여성비하 발언은 대자보 형태로 과거부터 지적돼 왔지만 대중이나 언론이 주의 깊게 보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성차별 인식수준이 높아져 문제로 여기지 않던 발언을 이상하고 불쾌한 걸로 감지하게 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대학성평등상담소협의회 노정민 대표는 “많은 교수가 이 문제에 상당한 관심을 갖지만 발언당사자들은 젊은 층이 이를 민감히 여긴다는 걸 모른다”며 “과거 이런 발언을 문제로 여기지 않던 사회에서 살던 이들은 성적 가치판단을 검증·확인하는 연습이 부족해 사안을 심각하게 여기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이를 제재할 체계가 미흡한 건 아니다. 교칙으로도 처벌은 가능하지만 논란이 확산되지 않는 이상 대학교가 적극적으로 징계하지 않는 등 대응이 소극적이란 평이다.
실제 올해 초 순천대 교수의 위안부 비하발언이 외부로 퍼지자 학교는 해당 교수를 파면했다. 지난 10월 배화여대 한 교수도 SNS에 올린 망언이 물의를 빚자 학과장 직에서 물러나야 했다.
노 활동가는 “학교 내 존재감이 강한 교수, 특히 보직을 가진 교수들은 권력·지위를 이용해 억울함을 호소하기 때문에 학교는 학칙을 엄정히 적용하는 걸 부담스러워 한다”며 “징계를 논의하는 이들도 교수기 때문에 가해자 입장은 이해하되 학생들은 상대적으로 소외된다”고 지적했다.
노 대표는 “신임교원들은 교수임용 전 오리엔테이션을 통해 학생지도에 있어 유의할 점을 교육받지만, 과거 임용된 교수들은 관련 교육이 상대적으로 미흡한 게 사실”이라며 “이 같은 문제는 학교본부 차원에서 노력이 더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근본적으로 성 차이에 대한 인식이 달라졌다는 데 교수가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smw@fnnews.com 신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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