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들어서도 일하지 않으면 살 수 없는 나라
당장 먹고살기에만 급급한 우리 역시 잠재적 '과로 노인'
한국, 76세 이상 노인빈곤율 60.2%
수입.저축 없다면 죽을때까지 노동 필수
개인별 저축.재테크 늘려 자금 확보 중요
현금 없이도 안심할 수 있는 사회 만들어야
당장 먹고살기에만 급급한 우리 역시 잠재적 '과로 노인'
한국, 76세 이상 노인빈곤율 60.2%
수입.저축 없다면 죽을때까지 노동 필수
개인별 저축.재테크 늘려 자금 확보 중요
현금 없이도 안심할 수 있는 사회 만들어야
폐지 줍는 노인, 바닥에서 박스를 깔고 잠든 노인들. 그 자신도 그런 삶을 살 것이라 생각했을까. 빠르게 노령화되는 사회에서 높아져가는 노인빈곤율은 '나도 혹시'라는 막연한 불안감을 불러일으킨다. 이 책은 일본 노인들의 빈곤과 열악한 노동상황을 보여주며 노인 빈곤 문제를 적나라하게 담았지만, 우리 사회 현실과도 크게 다르지 않다.
많은 사람들은 현재의 '저녁 없는 삶'이 노후의 '장밋빛 미래'를 가져올 것이라고 믿는다. 여행과 적절한 운동, 가족들과의 행복한 일상을 노후에 누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지만, 불행하게도 우리 앞에는 지금보다 더욱 가난하고 원하지 않는 노동을 죽을 때까지 해야 하는 미래가 기다리고 있다는 경고는 섬뜩하다.
'인생은 60대부터'라는 말이 한때 유행했다. 노후의 삶은 '제2의 인생'이라고 받아들여졌다. 그렇기에 안정과 편안함으로 삶을 마무리하는 단계로 상상하지만, '노후는 길다'는 맹점을 제대로 인식하는 이는 그다지 많지 않다. 오늘날 고령자는 배우자와 사별한 후에도 가족과 떨어져 5년, 10년, 15년, 그 이상의 시간을 홀로 생활해야만 한다. 그렇다면 그 생활을 유지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적당한 수입이나 저축이 없다면 죽을 때까지 '노동'만이 선택지로 남는다.
저자는 일본을 '노인이 되어도 쉴 수 없는 나라'라고 진단한다. 그것은 '일할 의욕이 높아서'가 아니라 '일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어서도 일하지 않으면 살 수 없는 나라가 바로 지금의 일본이다.
우리 부모세대가 청년기를 보낸 경제성장기에는 저축만으로 노후 보장이 가능했지만 장기불황과 저출산, 고령사회가 심각해지는 현재와 미래 세대는 다르다. 우리들의 노후는 개인의 노력으로 해결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는 것이 저자의 진단이다. 연금은 턱없이 부족하고 가족도 더 이상 의지가 되지 못한다. 오히려 자신보다 경제적으로 힘든 자식과 손주를 부양하거나 병든 부모의 간병을 위해 노후에도 일을 해야 한다.
사회복지 전문가로 일본의 수많은 노인들의 사례를 곁에서 지켜본 저자는 가족과 사회를 위해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살았지만 가난과 노동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보통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평생 단 한 번도 제대로 쉬지 못한 보통사람들의 정해진 미래'라는 부제가 붙은 것도 이 때문이다. 당장 먹고살기에만 급급한 우리 역시 잠재적 '과로 노인'이라는 의미다.
책 속에서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실제로 내게 상담을 요청한 대부분의 사람이 '설마 이렇게 생활이 힘들어질 줄 몰랐다'고 말했다. 대다수 사람에게 빈곤은 '설마' '상상하지 못했던' 사태다. 자신이 하류 노인이 된다, 혹은 되어 있다는 것은 생각지도 못한 일이다. 그러나 그 '설마'는 질병과 부상, 사고 같은 예기치 못한 일들이 계기가 되어 아주 간단히 현실이 되고, '돈이 없어도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생각은 단순한 낙관에 불과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실제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내놓은 '불평등한 고령화 방지 보고서'를 보면 한국의 66∼75세 노인빈곤율은 42.7%이다. 76세 이상은 무려 60.2%에 달한다. 10명 중 6명 이상이 빈곤층에 속한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노후에 최악의 빈곤에 시달리지 않을 방법은 무엇일까. 물론 개인적으로 저축과 재테크를 늘려 자금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저자는 현금보다 중요한 노후대책은 현금이 없어도 안심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임을 강조한다. 우리가 함께 노후 빈곤과 대책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가난을 불우한 이웃 구제가 아닌 제도를 통한 사전 방지의 개념으로 다가가고, 비정규직이어도 생활에 어려움이 없는 시스템을 만들라는 것이 첫손에 꼽힌다. 적극적으로 사회 주택수를 늘리고 현금이 아닌 현물 지급 서비스에 주목하고, 납세 의식을 바꾸고 납부한 세금이 제대로 쓰이는지 감시하는 것도 중요하다.
yjjoe@fnnews.com 조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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