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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가베, 자원부국 짐바브웨 어떻게 망가뜨렸나?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11.16 17:58

수정 2017.11.16 17:58

아프리카의 자원부국 짐바브웨를 독립 직후부터 37년간 철권 통치한 로버트 무가베 대통령이 실각하면서 그동안 무가베 정권이 짐바브웨에 남긴 흔적이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식민지 시절만 해도 풍부한 천연자원 덕분에 부러움을 사던 짐바브웨은 무가베 정부의 즉흥적이고 무질서한 경제 계획 덕분에 지폐 뭉치 하나로 달걀 하나 못사는 빈국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CNN머니는 15일(현지시간) 보도에서 무가베 대통령이 37년 동안 산업 경영 실패와 식량부족, 화폐 붕괴 및 부정부패로 짐바브웨 경제를 무너뜨렸다고 진단했다. 이날 짐바브웨 군부는 쿠데타를 일으켜 정부 청사 및 국가 주요 시설을 장악하고 무가베 대통령을 자택에 연금했다고 밝혔다.

지난 1980년 영국에서 독립한 짐바브웨는 같은 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14.42%일 정도로 장래가 기대되는 국가였다. 사시사철 농사를 지을 수 있는 기후를 자랑하는 짐바브웨는 담배 산지로 명성을 떨쳤으며 다이아몬드, 석탄 등 지하자원도 풍부했다. 교사 출신인 무가베 대통령은 일찍이 민족주의 운동에 투신해 1963~1974년 옥고를 치른 뒤 석방돼 게릴라전에 뛰어들었다. 그는 1980년 독립 짐바브웨의 첫 총리로 선출되어 1987년에 대통령으로 직함을 바꿨다.


무가베 대통령은 정권 초기였던 1980년대만 하더라도 농산물 및 공업 생산물 수출을 꾸준히 늘려갔다. 그러나 그는 1990년대에 접어들어 정치적 지지가 약해지자 폭력과 뇌물로 권력을 지탱하기 시작했다. 떨어지는 대중의 인기를 다시 얻기 위해 토지개혁을 실시, 식민지 시대의 산물로 여겨지던 백인 농장주들을 탄압하기 시작했다. 다국적 투자사 실크인베스트의 푼미 아킨루이 포트폴리오매니저는 "무가베 대통령은 언제나 대중영합주의자였기에 경제에 꼭 필요한 것이 아니라 대중에게 이익이 되는 일을 하길 바랐다"고 지적했다. 짐바브웨 농업이 망가지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였다.

무가베 정부는 2000년대 들어 백인 농장주 4000명에게서 토지를 몰수했다. 농장 작황은 바로 나빠졌다. 짐바브웨는 여기에 가뭄까지 겹치면서 2003년에 60년 만에 최악의 기근에 시달렸다. 무가베 정부는 식량과 생필품 등이 모자라서 이를 수입하기 위해 돈을 찍어내기 시작했고 그 결과는 유례없는 물가상승으로 이어졌다. 짐바브웨의 2008년 월평균 물가상승률은 79억%에 달했으며 2009년 초에는 100조짜리 짐바브웨 달러가 출현하기도 했다. 무가베 정부는 결국 같은 해 자국 통화를 포기하고 달러를 비롯한 9개 통화를 섞어 쓰다가 지난해 들어서야 '본드 노트'라고 불리는 유사 지폐를 찍어내기 시작했다.

물론 무가베 정부는 이러한 경제적 혼란에도 실정을 계속했다.
이들은 2010년에 국제사회의 경제제재에 맞서 자국 내 서방 자산을 모두 몰수하겠다고 위협해 그나마 남아있던 해외 투자자들도 떨쳐냈다. 아울러 국영화를 위해 전국의 거의 모든 다이아몬드 광산을 멈추기도 했다.


아킨루이 포트폴리오매니저는 "짐바브웨에는 다이아몬드, 석탄, 구리, 철광석 등 거의 모든 지하자원이 있다"며 "적임자가 권력을 잡으면 상황이 빠르게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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