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재산도피 우려 없어”
수억원대 세금을 내지 않았다는 이유로 8년간 출국을 금지한 처분은 부당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윤경아 부장판사)는 개그맨 겸 음반 제작자 장고웅씨가 출국금지 기간을 연장한 법무부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19일 밝혔다.
장씨는 1998년 6월부터 2010년 2월까지 10년 이상 세금과 가산세를 납부하지 않아 4억1847만원이 체납됐다.
이에 따라 법무부는 2009년 6월 장씨에 대해 출국을 금지했고 그 후 6개월 단위로 기간을 연장해왔다. 장씨는 법무부가 출국금지 기간을 올 6월16일부터 12월15일까지로 다시 연장하자 "재산을 해외에 도피시킬 염려가 없는데도 약 8년간 출국을 금지당했다"며 소송을 냈다. 장씨는 "외환위기와 음반산업 쇠퇴로 운영하던 음반제작사의 매출이 급감해 경제적 능력이 없어 세금을 납부하지 못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장씨에 대한 출국금지 기간연장은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위법이 있다"며 장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5000만원 이상 국세 등 조세체납을 이유로 한 출국금지는 체납자가 해외로 재산을 빼돌리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라며 "체납자의 신병을 확보하거나 출국의 자유를 제한해 심리적 압박을 가함으로써 체납 세금을 자진 납부하도록 하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장씨는 경제적 사정이 어려워 조세를 체납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며 "출국을 통해 재산을 해외로 도피하는 등의 방식으로 체납세금에 대한 강제집행을 곤란하게 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8년이 넘도록 원고에 대한 출국금지 기간을 연장한 점은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배될 여지도 있다"고 판시했다.
fnljs@fnnews.com 이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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