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전자담배도 냄새 나요" 실내 흡연에 코 막는 시민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11.20 16:00

수정 2017.11.20 16:47

사진=최용준 기자
사진=최용준 기자

#.모회사에 다니는 A씨(27)의 사무실에서 언제부턴가 물 비린내가 나기 시작했다. 공기청정기 때문인 줄 알고 필터까지 청소했지만 냄새는 가시지 않았다. 알고 보니 냄새의 주범은 부장의 전자담배였다. 부장이 궐련형 전자담배를 사와 "연기도 없고 냄새도 안 난다"면서 사무실에서 피웠던 것. A씨는 "흡연자는 전자담배 냄새가 심하지 않다며 실내서 펴도 무방하다고 하지만 은근히 냄새가 나 괴롭다"고 전했다.
#.직장인 B씨(38)는 요즘 사무실에서 동료들 눈치를 보고 있다.
동료들이 실내 흡연은 절대 안된다고 경고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궐련형 전자담배로 바꿔 동료들 눈을 피해 한모금씩 피운다.


최근 '연기도 냄새도 없다'며 길거리에서 궐련형 전자담배를 피는 흡연자가 늘어나면서 시민들이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일부는 흡연 및 금연지역 가리지 않고 전자담배를 피기도 한다. 이 때문에 시민들이 간접흡연 노출 위험을 지적하지만 해당 지자체는 단속의 어려움만 토로한다.

궐련형 전자담배는 일반 담배와 비슷한 궐련을 전자기기로 가열하는 것으로, 액상 전자담배와 일반 담배 특성을 섞어놓은 것이다. 국민건강증진법상 '담배'에 궐련형 전자담배도 포함되기 때문에 금연구역에서 흡연할 수 없다.

■냄새 안 난다고?...버젓이 금연구역서 흡연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올해 출시된 필립모리스의 '아이코스(IQOS)'와 BAT(British American Tabacco)의 '글로(Glo)' KT&G의 '릴(lil)' 등 궐련형 전자담배가 흡연가들로부터 각광을 받고 있다. 궐련형 전자담배는 지난 4월 출시 이후 10월까지 총 7190만갑이 반출돼 세수만 1250억원에 달한다는 게 기획재정부의 통계다.

궐련형 전자담배가 인기를 끄는 것은 '냄새와 연기가 적다'는 점이다. 최근 아이코스를 구매한 최모씨(29)는 “흡연자도 담배냄새는 싫어한다”며 “평소 담뱃재가 옷에 떨어지면 냄새가 심해 불쾌했는데 아이코스는 냄새가 거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비흡연자들은 "궐련형 전자담배도 냄새가 많이 난다"고 호소한다. 궐련형 전자담배에서 쑥뜸 냄새, 옥수수수염 태우는 냄새, 누룽지 냄새 등이 난다는 게 이들의 전언이다.

대학생 김모씨(25·여)는 서울 강남의 한 지하철역 근처 푸드트럭에서 어묵을 먹다가 인상을 찌푸렸다. 주인이 트럭에서 나와 손님들과 이야기하며 옆에서 전자담배를 폈던 것이다. 김씨는 "아무리 냄새가 덜 난다지만 그래도 냄새는 나는데 음식 먹는 곳에서 담배를 피는 게 말이 되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간접흡연 논란 지속..."단속도 어려워"
간접흡연 위험이 있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난달 일본금연학회 보고서를 인용해 "정부는 소비자가 새로운 담배의 유해성 정보를 제대로 알 수 있도록 조속히 조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심 의원은 "일본금연학회 보고서에서는 아이코스가 건강 위험이 적고 간접흡연의 위험이 없는 것으로 오인되고 있지만 궐련과 마찬가지로 발암물질 등 유해 물질을 포함해 사용자와 주위 사람들에게 해를 끼치고 있다고 진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궐련 담배와 달리 발생하는 유해 물질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주위 사람들이 간접흡연을 피하지 못해 오히려 더 위험하다"고 강조했다.

흡연 단속 권한이 있는 지자체는 금연구역에서 흡연하지 못하도록 단속에 나서지만 사정은 녹록지 않다. 일반 담배와 달리 연기가 나지 않기 때문이다.
서울의 한 구청 관계자는 "전자담배 흡연자가 늘고 있지만 단속 건수가 많지 않은 것은 연기가 없어 적발이 쉽지 않기 때문으로, 직원들도 단속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털어놨다.

kua@fnnews.com 김유아 최용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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