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 과정에서 모멸감을 줬다는 이유로 폭발물을 만들어 교수에게 화상을 입힌 혐의로 기소된 대학원생에게 실형이 선고됐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판사 김양섭)는 22일 폭발성물건파열치상혐의로 기소된 김모씨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
김씨는 지난 6월 13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기계공학과 김모 교수의 연구실 출입문 앞에 직접 만든 '텀블러 폭탄'을 설치, 김 교수의 얼굴과 머리 등에 2도 화상을 입힌 혐의다. 김씨는 연구 과정에서 김 교수가 모멸감을 느끼는 발언을 했다는 이유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재판부는 텀블러 폭탄의 위력이 강하지 않았다 해도 화학 연소로 인한 압력에 의해 폭발이 일어났기 때문에 형법 제172조가 규정하는 폭발성 물건에 해당된다고 판단했다. "화약은 폭발하지 않고 급격한 연소만 발생했기 때문에 폭발성 물건이 아니다"는 김씨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재판부는 "초여름이었던 당시 날씨가 고온다습했던데다 피고인이 폭발성 물건을 설치하기까지 소요된 상당 기간 글루(접착제) 접착력이 약해지는 등 다른 요인 때문에 연소가 발생하지 않았을 뿐"이라며 "냉방장치가 있는 곳에 설치됐더라면 폭발 위력은 더 컸을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고인이 별 다른 전력이 없는 초범인데다 교수와 학교 측에서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거듭 밝혀온 사실은 유리한 점"이라면서도 "치밀한 계획에 따라 범행이 이뤄졌고 '항상 감사합니다'라는 메모지까지 부착하는 등 불량한 행위를 했다"고 양형이유를 설명했다.
kua@fnnews.com 김유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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