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의점 왕국 일본 들여다보기①
- 배달 문화의 천적 ‘편의점’
- 모바일·인터넷뱅킹 보급률 저조한 이유 ‘편의점 뱅킹’
- 저출산·고령화 직격탄 맞고 ‘AI·로봇’ 무인편의점 시도
- 배달 문화의 천적 ‘편의점’
- 모바일·인터넷뱅킹 보급률 저조한 이유 ‘편의점 뱅킹’
- 저출산·고령화 직격탄 맞고 ‘AI·로봇’ 무인편의점 시도
수많은 관광객들이 일본에 와서 가장 놀라는 곳 중 한곳은 바로 ‘편의점’입니다. 일본의 편의점은 정말 ‘마법의 성’ 같이 못할게 없는 곳입니다. 살 것도 많고 볼 것도 많고 은행 등 금융관련 업무도 볼 수 있고 심지어 이제는 자전거·자동차 공유서비스에 무인서비스까지 시작하려 합니다.
일본은 한국 같이 배달음식 문화가 활발하지 않습니다. 일각에서는 편의점 때문에 배달 문화가 자리 잡을 수 없다고 합니다. 집 앞에 뭐든 다 파는 편의점이 있기에 굳이 배달료를 지불하면서 배달을 받을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 풍경도 이제는 사라질지 모릅니다. 유통업체 이온은 미니스톱 등 산하 편의점 체인 7000개 점포에서 내년부터 성인 잡지를 판매하지 않겠다고 지난 22일 선포했습니다. 도쿄 올림픽을 앞두고 국가의 이미지를 생각해 내린 결정이라 합니다. 이온에 따르면 일본 편의점에서 성인 잡지의 판매액은 전체 잡지류 판매액의 5% 수준밖에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마진이 높은 까닭에 편의점 점주들은 성인 잡지 판매를 선호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온의 정책이 성공해 다른 편의점들도 성인 잡지 판매를 멈출지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은행 업무에 가장 앞서 있는 것은 ‘세븐일레븐’이라 생각됩니다. 인터넷전문은행 ‘세븐뱅크’의 현금자동입출금기(ATM)는 편의점 외에도 지하철, 마켓, 상가 등 사람 왕래가 잦은 곳이면 영락없이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예금과 출금, 송금, 환전 등을 아무데서나 손쉽게 할 수 있어 매우 편리합니다. 최근에는 ‘로손’도 은행업에 진출하겠다고 포부를 밝혔습니다. 내년에는 ‘로손뱅크’의 ATM도 곳곳에서 볼 수 있게 될 것 같습니다.
충분히 다채로운 모습을 지닌 일본의 편의점들은 최근 다시 진화를 모색하고 있습니다. 세븐일레븐은 자전거 공유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지난 2월부터 이동통신사 NTT도코모와 손잡고 도쿄 인근 32곳 매장에서 150대의 공유 자전거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반응이 좋았는지 세븐일레븐은 판을 더 키우기로 결심했습니다. 손정의 사장이 이끄는 소프트뱅크와 손잡고 지난 21일부터 도쿄 북부 사이타마 지역 편의점 9곳에서 새로운 자전거 공유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세븐일레븐은 ‘2018 회계연도’ 말까지 편의점 1000곳에 자전거 5000대를 배치할 계획입니다.
패밀리마트도 이와 유사한 자동차 공유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시작단계라 규모는 아직 작지만 야심차게 시작했습니다. 패밀리마트는 여기에 한술 더 떠 동전빨래방까지 편의점 안에 만든다고 합니다. 오는 2019년까지 500곳에 동전빨래방을 만들겠다고 지난 24일 선포했습니다. 일본 전체 1만8000 점포 가운데 주차장이 있는 1만2000 점포를 중심으로 순차적으로 늘려갈 방침이라 합니다.
닛케이신문에 따르면 JR동일본은 오는 26일까지 사이타마시 오미야역 내 편의점에서 무인점포를 실험하고 있습니다. 일본의 교통카드 ‘수이카(Suica)’를 입구에서 찍고 들어가 물건을 고른 후 나올 때 다시 찍는 구조입니다. 긴 통로 모양으로 생긴 매장 곳곳에는 인공지능(AI)의 눈 역할을 해주는 각종 카메라가 장착돼 고객이 어떤 물품을 얼마나 구매하는지 파악한다고 합니다.
일본 편의점들이 변화를 선택한 이유는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인구 감소 때문입니다. 1인 가구 증가로 자연스럽게 ‘소유’에서 ‘공유’로 바뀐 소비문화에 맞춰 기업들도 변화하는 것입니다. 또 인건비는 급격히 오르는데 막상 일할 사람은 구해지지 않자 기업들이 어쩔 수 없이 내놓는 대책이기도 합니다. 진화하는 일본 편의점을 보면 머지않은 한국의 미래가 보이는 것 같아 신기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씁쓸해집니다.
sijeon@fnnews.com 전선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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