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원 대가 7억 뇌물 혐의' 서울시 공무원 무죄 확정

건축 허가 등과 관련한 업무 처리 대가로 서울 강남의 아파트를 절반 가격에 넘겨받는 등 7억원대 뇌물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서울시 공무원에 대해 대법원이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무죄를 확정했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및 공용서류은닉 혐의로 기소된 서울시 공무원 이모씨(57)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6일 밝혔다.

재판부는 "공소사실에 대해 범죄의 증명이 없다고 보고 무죄를 선고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이씨는 지난 2002년부터 2009년 1월까지 서울 강남구청 건축과 및 주택과에 근무하면서 건축허가와 사용승인, 용도 변경 등 각종 건축 관련 업무를 처리해 주는 대가로 건설업체 대표 A씨에게서 모두 7억 7000만원 상당의 뇌물을 수수한 혐의로 지난해 8월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이씨가 A씨에게 서울 압구정동에 있는 11억5000만원 상당의 아파트를 넘겨달라고 요구해 절반 정도 가격인 6억원에 넘겨받고 고급 승용차 보증금과 리스료도 대납하게 한 것으로 파악했다.

검찰은 이씨가 2010년 11월 A씨에게 강남구청 건축과 공용서류인 2006년·2007년 건축허가대장 각 1권씩을 넘겨준 사실을 적발, 공용서류은닉 혐의도 적용했다. 검찰은 다만 이씨에게 돈을 건넨 혐의를 받던 A씨에 대해서는 뇌물공여의 공소시효(7년)가 지나 불기소 처분했다.

앞서 1, 2심 재판부는 A씨가 이씨를 고소하게 된 배경에 대해 "법정에서의 진술 태도에 비춰 이씨에 대한 개인적인 악감정이 있었다"고 판단했다. 1, 2심은 "이씨 주장과 같이 두 사람이 동업관계를 정산하는 과정에서 강남 아파트를 받게 됐을 가능성이 있다"며 "객관적 계좌거래 내역과 A씨의 진술이 상당 부분 일치하지 않아 진술의 신빙성이 없다"며 이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대법원 역시 하급심 판단이 옳다고 봤다.

[e-mail] 조상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