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장애 부모가 죄입니까](상)빗나간 시선에 멍드는 아이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11.27 16:30

수정 2017.12.03 13:46

18세 이상 장애인의 84.5%는 결혼을 하고 결혼자의 95%는 자녀를 두며 장애인 부모의 자녀 94%는 비장애인(보건복지부 ‘2014 장애인실태조사’)이다. 장애인은 복지수혜자라는 통념과 달리 자녀 양육과 교육을 책임지느라 걱정의 나날을 보낸다. 본인의 장애로 자녀들이 학교에서 놀림 받을 때면 피눈물이 난다. 파이낸셜뉴스는 장애인 부모와 비장애인 자녀에 대한 인권 실태 및 개선책을 찾기 위해 2차례에 걸쳐 심층 기획물을 마련한다.

서울의 한 아파트에 사는 하늘이의 엄마는 장애가 있어 전동휠체어를 탄다. 하늘이는 학교에서 '찐따'라고 놀림받는다. /사진=최용준 기자
서울의 한 아파트에 사는 하늘이의 엄마는 장애가 있어 전동휠체어를 탄다. 하늘이는 학교에서 '찐따'라고 놀림받는다. /사진=최용준 기자

"엄마는 정말 훌륭한 장애인이에요"
서울의 한 아파트에서 만난 초등학교 6학년 하늘이(가명)는 웃었다.
유희왕 카드를 좋아하고 포켓몬스터 딱지를 모으지만 엄마와 함께 계단을 오를 수는 없다. 하늘이 엄마인 박지주 장애여성자립생활센터파란 대표는 장애 때문에 전동휠체어를 탄다. 하늘이는 어릴 적 엄마가 병이 있지만 1년만 있으면 걸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늘이는 학교에서 '찐따'라고 놀림 받는다. 2학년 때는 더 심한 말도 들었다. 하늘이는 "아이들이 장애인을 좋지 않게 말하고 엄마가 제 인생을 망친대요"라고 털어놨다. 박 대표는 하늘이 학교에서 장애인 인권교육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직접 강의했다. 아이들은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 여전히 학교에서는 장애인 비하표현이 쉽게 오간다. 하늘이는 귀를 틀어막고 싶다.

하늘이는 "엄마와 계단을 올라가고 싶은데 같이 못가요. 엄마는 다리가 안 좋으셔서 매일 문 앞에서 힘들게 기다리고..."라며 한숨 쉰다. 엄마가 학교 오는 게 부끄러운 적이 있느냐는 물음에는 "전혀요"라며 눈을 크게 떴다. 1초의 망설임도 없었다.

■장애인 비하에 멍드는 아이들
장애인 부모를 둔 아이들은 일상에 노출된 장애인 비하표현과 함께 성장한다. 학생들이 자주 접하는 온라인게임 채팅 창에서 '너 장애인이냐. 왜 이렇게 못 해' 같은 말은 익숙하다. 장애인을 비하, 또는 배척하는 사회적 시선 때문에 정체성 혼란도 온다. 더구나 이들은 어릴 때부터 장애부모를 돌봐야 한다는 압박감도 적지 않다.

이동석 숭실대 사회복지대학원 초빙교수는 “장애인 뿐 아니라 사회 전반에 다름에 대한 인정이 부족하다. 인권교육이 조기 유치원부터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어려서부터 장애인과 구분돼 살아가는 비장애인은 장애를 단순히 불쌍하고 등급이 떨어지는 사람으로 인식할 수 있다”며 “어린시기 자기보다 모자란 친구에게 불쑥 장애인이라고 칭하는 것도 그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장애인 부모들은 비장애인 자녀들이 인권사각지대에 있다고 주장한다. 박 대표는 "내가 휠체어를 탄다는 이유로 자녀들이 상처받는 모습을 보면 억장이 무너진다"며 "장애인을 비하하고 모욕하는 것은 장애인 부모를 둔 아이에게 큰 폭력이라고 인식할 개선 활동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장애인 엄마를 둔 하늘이는 엄마가 학교 오는 게 부끄러운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단호하게 "전혀요"라고 말했다. /사진=최용준 기자
장애인 엄마를 둔 하늘이는 엄마가 학교 오는 게 부끄러운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단호하게 "전혀요"라고 말했다. /사진=최용준 기자

■교육부, 연 2회 인식개선교육..실효성 의문
장애여성자립생활센터파란,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등은 지난 7일 국회에서 '장애를 가진 부모에 대한 차별철폐' 기자회견을 가졌다. △장애를 가진 부모 자녀의 학교생활 전국실태조사 △부모 장애를 이유로 자녀 인권침해 발생 시 즉각 인권교육 실시 등이 요구다.

이에 대해 교육부는 신중한 입장이다. 실태조사가 이뤄질 경우 장애인 부모를 둔 학생은 특수하다는 편견을 조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인권교육에 대해 "초·중·고 대상 장애인 인식개선교육을 연 2회 실시중"이라며 "1회는 장애인의 날에 교육부가 제작한 라디오 및 TV 방송을 통해, 나머지는 단위학교 계획에 따라 자체 진행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장애인 단체는 시청각 교육은 실효성이 없고 나머지 1회 교육 역시 학교별로 제각각이라고 지적했다.
이희정 한국여성장애인연합 사무처장은 "장애인 인권교육에 매뉴얼이 없어 장애가 없는 강사들이 자의적으로 장애유형을 설명하고 끝나는 경우도 많다"며 "장애인이 직접 자신의 삶을 말하는 방식으로 교육하고 인권교육 통일안도 개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junjun@fnnews.com 최용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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