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청와대' 통해 조국 민정수석 답변
"매우 예민한 주제…새로운 균형점 찾길"
"매우 예민한 주제…새로운 균형점 찾길"
청와대가 2010년 이후 중단된 임신중절 실태조사를 내년부터 재개해 임신중절 현황과 사유에 대해 정확히 파악하겠다고 26일 밝혔다. 낙태죄를 폐지해달라는 국민 청원에 대한 동영상 답변을 통해서다.
또 헌법재판소가 현재 낙태죄 위헌 법률 심판사건을 다루고 있는 만큼 이를 계기로 새로운 공론의 장이 마련돼 사회적·법적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청와대는 내다봤다.
조국 민정수석은 이날 페이스북·유튜브 등 청와대 SNS 채널을 통해 공개된 '친절한 청와대'에서 23만명이 청원한 낙태죄 청원에 대해 이같이 답했다. 이는 '30일간 20만명 이상이 추천한 청원에 대해 책임 있는 당국자가 30일 이내 공식 답변하겠다'는 운영 원칙에 따른 것이다.
■"임신중절에 대한 새 균형점 찾아야"
이번 청원을 "매우 예민한 문제"라고 전제한 조 수석은 '낙태'라는 용어의 부정적 함의를 고려해 모자보건법상 '임신중절'이라는 표현을 쓰겠다고 밝히면서 말문을 열었다.
우선 조 수석은 임신중절 관련 법·제도 현황과 그간의 논의를 소개했다. 조 수석은 "우리나라 형법이 제정된 1953년부터 임신중절은 처벌된다. 그런데 1973년 모자보건법이 제정된 후 아주 예외적 조건에 한해 임신중절을 허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2000년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의 '임신중절 완전 금지' 입법 청원과 2007년 정부의 관련 공청회 개최 논란, 2012년 헌법재판소의 합헌 결정 등을 차례로 설명했다.
조 수석의 답변에 따르면 2010년 기준 임신중절 추정건수는 한해 16만9000건에 달하지만 합법 시술은 6%에 불과하다. 또 임신중절로 인해 실제 기소되는 규모는 한해 10여건 수준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한해 2000만명이 안전하지 않은 임신중절 시술을 받고 이 가운데 6만8000명이 사망했다는 조사를 2006년 공개한 바 있다. 현재 OECD 회원국 80%인 29개국에서 '사회경제적 사유'를 포함해 임신중절을 허용하고 있다.
조 수석은 "태아의 생명권은 매우 소중한 권리이지만 처벌 강화 위주 정책으로 임신중절 음성화 야기, 불법 시술 양산 및 고비용 시술비 부담, 해외 원정 시술, 위험 시술 등의 부작용이 계속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현행 법제는 모든 법적 책임을 여성에게만 묻고 국가와 남성의 책임은 완전히 빠져있다"며 "여성의 자기결정권 외에 불법 임신중절 수술 과정에서 여성의 생명권, 여성의 건강권 침해 가능성 역시 함께 논의돼야 한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최근 프란체스코 교황이 임신중절에 대해 '우리는 새로운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고 말한 것을 언급, "이번 청원을 계기로 우리 사회도 새로운 균형점을 찾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실제 이번 청원을 계기로 정부는 법·제도 현황과 논점을 다시 살펴봤다고 조 수석은 전했다. 여성가족부와 보건복지부, 청와대 법무비서관실, 여성가족비서관실, 국민소통수석실 담당자가 세 차례에 걸쳐 쟁점을 검토하고 토론했다는 후문이다.
■"사회적·법적 논의 기대"
조 수석은 임신중절 실태조사 재개 방침을 전하며 "임신중절 현황과 사유에 대한 정확한 실태조사, 그 결과를 토대로 관련된 논의가 한 단계 진전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헌재 위헌 심판 진행으로 사회적 논의가 이어질 것"이라며 "입법부에서도 함께 고민할 것을 기대한다. 자연유산 유도약의 합법화 여부도 이런 사회적, 법적 논의 결과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했다.
정부 차원에서도 임신중절 관련 보완대책이 추진될 계획이다. 조 수석은 "청소년 피임 교육을 보다 체계화하고 내년 여성가족부 산하 건강가정지원센터를 통해 가능한 곳부터 시범적으로 전문 상담을 실시하겠다"며 "비혼모에 대한 사회경제적 지원도 구체화되고 입양 문화의 활성화도 함께 진행될 것"이라고 했다.
끝으로 조 수석은 "이상의 것은 여성만의 문제가 아니라 남성은 물론 정부의 역할도 중요하다"면서 "비혼이든 경제적 취약층이든 모든 부모에게 출산이 기쁨이 되고 아이에게 축복이 되는 그런 사회를 만들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ehkim@fnnews.com 김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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