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현직 경찰관들의 온라인 모임인 ‘폴네티앙’은 28일 서울 서대문 경찰청을 방문해 숨진 A 경사(38·여) 감찰에 관여한 당시 충북경찰청 지휘부와 감찰 담당자 등 6명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고발장을 접수했다.
앞서 충북경찰청은 충주경찰서에서 근무하던 A 경사의 업무 태도에 관한 익명의 투서가 접수돼 감찰에 착수했으나 감찰을 받던 A 경사는 지난달 26일 자택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경찰 내부에서는 감찰에 부적절한 행태가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감찰 과정에서 A 경사를 몰래 촬영하고 잘못을 시인하라며 회유하는 등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나 관련자들이 인사 조치됐다.
그러나 폴네티앙은 “경찰청은 규정에 어긋난 무리한 감찰 조사가 있었음을 공식 인정했지만 관련자들에 대한 직무고발은 하지 않아 제 식구 감싸기라는 내부 비판을 받았다”며 지난 14일부터 고발인 연명 신청을 받았다. 연명 고발에는 경찰관과 시민 등 총 1577명이 참여했으며 이중 현직 경찰관은 120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현직 경찰관들이 시민과 함께 경찰 지휘부와 감찰을 고발하는 것은 사상 처음이다.
폴네티앙은 “연명 고발에 1577명이 참여한 것은 상하관계가 명확하고 권위주의가 팽배한 경찰 조직의 특수성을 감안했을 때 고인의 죽음이 얼마나 억울한 것인지, 경찰 내의 감찰 개혁의 열망이 어느 정도로 뜨거운 것인지 여실히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A 경사는 일곱 살, 열 살 아이를 둔 엄마였고 아내였으며 우리의 동료였다”며 “음해성 투서를 빌미로 부당한 감찰 조사를 받은 다음 날이었다. 동료 경찰관들은 감찰의 회유와 협박, 강압적 감찰이 고인을 죽음으로 몰고 간 것에 대해 분노한다”고 강조했다.
류근창 폴네티앙 회장은 “경찰 내부에 의해서 경찰관들의 인권이 짓밟히면 안 된다. 악순환을 끊기 위해 고발 카드를 꺼냈다”며 “경찰청은 고발장에 대해 철저히 수사해 형사적으로 이번 감찰이 어떤 문제가 있는지 명명백백하게 밝혀 달라”고 당부했다.
A 경사 유족과 장신중 경찰인권센터장 등도 충북경찰청 지휘부와 감찰 담당자 등 7명을 고소·고발한데 이어 현직 경찰관들도 분노를 표출하면서 이번 사건 수사에 귀추가 주목된다.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유족 등의 고소·고발과 현직 경찰관들의 고발을 병합,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히 수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jun@fnnews.com 박준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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