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전입신고 놓쳤다고 '품행 불량'? 귀화 불허한 정부에 법원 '제동'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12.04 15:30

수정 2017.12.04 15:30

에티오피아 출신 A씨, 법무부장관 상대 행정소송 승소
법무부, '품행 단정' 구체적인 근거 담은 국적법 개정안 발의 
서울행정법원/사진=연합뉴스
서울행정법원/사진=연합뉴스

전입신고를 하지 않았다고 '품행미단정'이라며 귀화 신청을 거부한 법무부 처분에 법원이 제동을 걸었다. 국적법상 귀화 요건인 '품행 단정'을 판단하는 기준이 자의적이라는 것이다. 법무부는 국가인권위원회 등 각계 비판이 이어지자 기준을 명확하게 규정하는 국적법 개정안을 발의,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했다
■법원 "출입국관리법 무지하다고 '품행미단정' 아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유진현 부장판사)는 에티오피아 국적의 A씨(31)가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낸 귀화신청 불허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4일 밝혔다.

에티오피아 출신 A씨는 2006년 9월 한국에 입국해 난민 인정 신청을 했으나 불인정 판정을 받았다. A씨는 난민법에 따라 인도적 체류 허가를 받아 한국에서 거주하면서 2014년 7월 일반귀화허가 신청을 했다.


법무부는 지난해 1월 A씨에게 '품행미단정'을 이유로 귀화신청을 허가하지 않았다. 2011년 거주지를 경기 포천으로 옮기면서 출입국관리소에 체류지 변경 신고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현행법상 90일 이상 한국에 머무는 외국인은 체류지가 바뀌면 전입신고를 해야 한다. A씨는 범칙금 10만원을 물었다. A씨는 한국에서 낳은 아들의 체류기간 연장 신청을 하지 않아 과태료 8만원을 물기도 했다.

재판부는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A씨는 약 10년 동안 한국에 살면서 출입국관리법 위반 말고는 다른 범죄를 저지르거나 잘못된 행동을 한 적이 없다"며 "보통의 대한민국 국민과 마찬가지로 가족을 꾸리고 가장으로 성실하게 한 직장에서 5년 가까이 근무하며 생계를 이끌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A씨가 출입국관리법에 무지, 또는 숙지하지 못한 이유만으로 국민으로 살아가는 데 지장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법무부가 발의한 국적법 일부개정법률안/사진=의안정보시스템
법무부가 발의한 국적법 일부개정법률안/사진=의안정보시스템

■인권위 권고·헌법 소원…법무부, 개정안 발의
'품행 미단정'을 이유로 귀화 불허 처분을 받는 것은 현행법상 적시된 '품행이 단정할 것'이라는 요건 때문이다. 2012년 국가인권위원회는 "'품행 단정'과 관련된 구체적 기준 규정이 전혀 없고 범죄전력의 내용과 정도를 고려하지 않아 평등권침해에 해당한다"며 "구체적인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2014년에는 헌법소원이 제기되기도 했다. 명동 재개발 당시 강제철거에 맞서다 벌금형을 받아 귀화가 불허된 네팔 출신 티베트인 라마 다와 파상씨(한국명 민수)가 행정법원에 위헌법률심판제청을 냈으나 기각되자 헌법소원을 제기한 것이다.
그러나 헌재는 지난해 7월 "'품행'과 같이 어느 정도 보편적이고 가치 평가적인 개념을 사용하는 것은 불가피하다"며 합헌결정했다.

법무부는 이런 비판에 따라 새 국적법 개정안을 제출해 법안소위를 통과한 상태다.
국적법 개정안은 '법령을 준수하는 등 법무부령으로 정하는 품행 단정의 요건을 갖출 것'이라고 적시해 품행 단정에 대한 구체적 판단 기준을 하위법령에 둘 수 있도록 위임하는 근거를 마련했다.

beruf@fnnews.com 이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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