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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 ‘의원 셀프 세비인상’ 모른척… ‘예산안’도 모른척?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12.01 17:46

수정 2017.12.01 17:46

인상 결정후 여론 악화되자 일부서 인상반대 뒷북 진화
금액보다 국민적 불신 문제
정치권 ‘의원 셀프 세비인상’ 모른척… ‘예산안’도 모른척?

국회가 2012년 이후 6년 만에 내년도 세비를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인상안이 처리되면 국회의원의 기본급에 해당하는 일반수당은 1인당 월 646만원에서 내년 663만원으로 월 17만원 인상될 예정이다. 올해 기준으로 국회의원이 받는 전체 연봉은 1인당 1억3796만원(월평균 1149만원) 수준이다.

인상 액수는 크지 않지만 자신의 세비를 스스로 올려놓은 의원들의 '셀프 인상'을 놓고 비난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내년도 정부예산안을 놓고 물러섬 없이 팽팽한 대립을 이어가던 여야가 자신들의 임금을 올리는 일에는 사이좋게 합의한 것에 대한 지적이 나온다.
세비 인상에 대한 여론이 악화되자 일부 의원들은 뒤늦게 '세비 인상에 반대한다'며 진화에 나서고 있다.

■세비 동결한다더니…인상 '모른 척'

여야는 최근 국회의원 보좌진을 7명에서 8명으로 늘리는 법안을 본회의에서 통과시켜 한 차례 여론의 지탄을 받은 바 있다. 매년 '의원 특권 내려놓기'를 강조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특권 늘리기'를 감행하자 비난의 목소리는 더 커지고 있다.

지난해 6월 여당이었던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은 20대 국회 내내 세비를 동결하겠다고 약속했지만 1년 만에 말을 바꿨다. 당시 별도의 입장을 밝히지 않았던 더불어민주당도 사실상 이번 세비 인상에 동조한 셈이다.

법률소비자연맹은 이날 성명서를 내고 "세비동결 약속을 묵살하고 셀프 세비 인상을 한 것은 몰염치하고 부도덕한 일"이라며 "세비인상을 철회하고 고통분담 차원에서 선진국처럼 GDP 기준으로 대폭 삭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정작 세비 인상안을 통과시킨 의원들은 "세비 인상안이 통과된 줄 몰랐다"며 당혹스럽다는 입장이다. 운영위 예결소위원장인 박홍근 민주당 의원은 전날 해명문자를 돌려 "사무처가 정부 지침에 따라 한국 공무원들의 내년도 급여 인상률만큼 의원을 포함한 국회 소속 공무원들에게도 자동 반영하면서 발생한 문제로 보인다"며 "의원 세비만을 따로 심사하는 과정이 없다보니 의원들도 이를 인식하지 못했다. 세비를 올리기 위해 여야가 담합하거나 소속 위원들이 묵인한 것은 결코 아니다"고 해명했다.

■'세비 인상 반대' vs. '받은 만큼 열심히 일하겠다'

세비 인상과 관련해 비난 여론이 확산되자 일부 의원들은 "인상을 철회하자"며 뒤늦게 진화에 나섰다.

민병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논란이 되고 있는 세비 인상에 대해 가장 먼저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민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지금 중서민들이 어려운데 세비 올리는 것은 나부터도 반대고 다른 의원들도 같은 생각일 것"이라면서 "(세비 인상안은)결국 예산결산위에서 부결될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바른정당은 이날 의원총회를 통해 당 차원에서 세비인상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유의동 바른정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나라의 사정이나 서민경제를 고려 해봐도 인상해서는 안 될 일이다"라며 "그럼에도 국회의원 세비가 우리 뜻과 달리 인상된다면, 별도기구를 만들어 인상분 전액을 의미 있는 곳에 사용하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편, 세비 인상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소신 발언을 이어간 의원들도 있다.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이날 의원총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지금까지 여론을 의식해 세비를 인상하지 않고 계속 온 그 자체가 오히려 문제다. 일도 열심히 하고 국민 신뢰도 올려야 한다"며 "국민 신뢰를 회복할 생각은 하지 않고, 국민적 불신이 있으니 세비를 올리지 말자고 하면 일하지 말고 욕도 얻어먹지 말자고 하는 것이냐"고 주장했다.


정치학자 박상훈 정치발전소 학교장은 "국회의원은 국민의 대표인 만큼 장관직 정도에 걸맞은 대우가 주어져야 한다고 본다"면서도 "그러나 그만큼 국민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열심히 일할 자세와 책임감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golee@fnnews.com 이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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