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근은 좀처럼 줄지 않고 상사와 동료와의 관계에서 얻는 스트레스는 해소할 길이 없다. 이러한 직장인들의 애환을 담은 신조어들이 올해도 어김없이 새롭게 등장해 공감을 얻고 있다. 구인구직 매칭플랫폼 사람인이 5일 올해 직장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신조어를 통해 2017년 직장 생활을 들여다본다.
■취준생 지나면, 다시 ‘퇴준생(퇴사준비생)'
올해는 그 어느 때보다 ‘퇴사’에 대한 직장인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퇴준생(퇴사준비생)이라는 용어도 생겨났다. 경기불황으로 평생 직장의 개념이 사라지면서 최소 한 번 이상 퇴사는 마주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이 됐다. 게다가 최근 2~30대는 ‘워라밸(Work-Life-Balance) 세대’로 불리며 과거 산업화 시대부터 내려 온 조직 중심 문화에서 탈피해 일과 생활의 균형을 찾는 경향이 뚜렷해졌다. 이들은 자신의 적성과 가치관에 맞는 곳을 찾아 언제든 퇴사할 준비가 되어 있다. 이제 직장이 보장해주지 않는 미래와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직장인들은 취업 이후에도 회사를 다니며 퇴사 이후를 준비한다. 직장에 대한 불만으로 충동적인 퇴사보다는 회사를 다니며 차근차근 준비해 하고 싶은 일을 해야 한다는 인식의 확대가 퇴사를 준비하는 ‘퇴준생’을 만들었다.
■직장인병, ‘넵병’과 ‘일하기 싫어증’
최근에 직장인들 사이에서 누구나 한번은 걸린다는 직업병으로 소셜미디어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것이 있다. 바로 ‘넵병’과 ‘일하기 싫어증’이다. 먼저 ‘넵병’은 카카오톡 등 SNS 메신저로 업무 공유와 지시가 많은 요즘, 상사의 말에 ‘네’나 ‘예’가 아닌 ‘넵’으로 답하는 행동을 뜻한다. ‘네’라고 대답하면 딱딱해 보이고 ‘넹’이나 ‘네 ㅋㅋ’는 가벼워 보이는데 반해 ‘넵’은 신속하고 의욕이 충만해 보여 하루 종일 기계적으로 ‘넵’만 하다 끝난다는 데서 생겨났다. 최근 메신저로 일하는 업무 방식의 변화와 답변 하나에도 상사와 동료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는 직장인들의 애환이 담겼다. 여기에 일하기 싫어서 말을 잃은 상태를 묘사하는 ‘일하기 싫어증’도 있다. 회사에서 일에 지쳐 말이 잘 안 나오고 혼자 있고 싶은 직장인의 모습을 의미한다. 또 컨디션에 따라 지시사항이 바뀌는 직장상사로 인해 얻는 화병을 말하는 ‘상사병’도 있다.
■저녁이 없는 직장인, ‘사무실 지박령’, ‘야근각’
OECD 회원국의 평균 근로시간은 1,766시간, 연간 2,000시간을 넘는 나라는 한국과 멕시코, 그리스 3개국만 해당된다. 이에 집보다 회사에 있는 시간이 더 많은 직장인의 모습을 대변하는 신조어로 새롭게 등장한 것이 ‘사무실 지박령’이다. 지박령이 땅에 얽매여 있는 영혼이란 뜻이라면, 사무실 지박령은 퇴근을 하지 못해 사무실을 떠나지 못하는 직장인을 의미한다. 비슷한 말로 ‘야근각’이 있다. ~할 것으로 보인다의 ‘~각’ 이라는 유행어에서 파생된 말로 오늘도 야근할 것으로 보인다는 뜻이다. 계속 야근을 하며 저녁이 없는 직장 생활을 표현했다. 또, 휴식을 포기할 정도로 바쁘고 고달픈 직장인을 의미하는 ‘쉼포족’도 있다.
■이런 신입사원 피곤! ‘000 살인마’
신입사원은 기대한 만큼의 역량을 보여주기 쉽지 않다. 답답한 신입사원의 모습을 표현한 ‘물음표 살인마’와 ‘쩜쩜쩜 살인마’가 생겨난 이유다. ‘물음표 살인마’는 업무를 지시하면 계속 질문을 하는 신입사원을 표현하는 것으로, 너무 자주하는 질문에 오히려 주위 사람이 지치고 힘들어진다는 데서 생겨났다. 반면, ‘쩜쩜쩜 살인마’는 물음표 살인마와는 반대로 궁금하고 잘 모르는데도 질문을 안하고 계속 참다가 업무에 대해 물어보면 아무 것도 하지 않는 신입사원을 말한다.
fair@fnnews.com 한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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