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중고차 삼각 사기, 판매자는 책임 없다” 대법, 원심판결 파기

조상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12.05 17:07

수정 2017.12.05 17:07

사기범이 중고차 판매자와 구매자 사이에서 차량 대금만 가로채는 이른바 '중고차 삼각 사기'를 저질렀을 때 판매자는 계약상 과실 책임이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김창석 대법관)는 5일 중고차업체 대표 김모씨(56)가 한모씨(49) 등 2명을 상대로 낸 자동차 인도 및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한씨 등은 김씨에게 1560만원을 배상하라"는 원심 판결을 깨고 사건을 서울남부지법 민사항소부에 돌려보냈다고 밝혔다.

앞서 한씨 등은 공동으로 소유한 차를 팔기 위해 중고차 매매사이트에 글을 올렸다. 이 글을 본 사기범은 한씨에게 전화를 걸어 중고차업체와 공동으로 3100만원에 사겠다고 거짓말을 했다. 대금은 중고차업체가 자신에게 2600만원을 보내면 500만원을 합쳐서 주겠다는 것이다.

사기범은 김씨의 중고차업체에도 전화를 걸어 중고차를 2600만원에 팔겠다고 했다. 다만 차량 소유주가 자신에게 빚이 있으니 매매대금을 자신에게 보내라고 속였다. 이에 속은 한씨와 중고차업체는 차 매매계약을 맺고 소유권을 이전했고 중고차업체 직원은 한씨의 동의를 받아 2600만원을 사기범에게 송금했다.
사기범은 이 돈을 인출한 뒤 잠적했다.

한씨는 중고차업체를 상대로 계약 자체가 무효이니 자동차 소유권 이전을 말소해 달라며 소송을 냈다. 반면 김씨의 중고차업체는 계약이 성립됐고 돈을 지불했으니 차를 달라고 맞소송을 냈다.

쟁점은 민법상 '계약체결상의 과실책임'이 중고차 판매자인 한씨에게 있는지였다. 민법 535조는 계약이 파기될 것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던 계약 당사자는 상대편 계약자에게 계약으로 발생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규정한다.

1, 2심은 사기범이 중간에 끼어든 상황인 만큼 한씨와 김씨 사이의 의사 합치가 없었다고 봤다. 따라서 계약 자체가 성립하지 않으며 자동차 소유권 이전은 말소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대신 한씨가 주의를 기울이지 못해 계약이 체결되지 않은 책임이 있는만큼 김씨의 업체가 본 손해 중 60%인 156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중고차 삼각사기에는 민법 535조가 적용될 수 없다고 봤다.
대법원은 "계약이 의사의 불합치로 성립하지 않은 경우 손해를 입은 당사자가 '계약체결상 과실'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는 없다"며 "원심 판결은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판시했다.

mountjo@fnnews.com 조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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