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주요 기업.지자체서 은퇴 전 직업 전문성 활용.. 노인 자립위해 일자리 제공
숨고.대리주부.와홈.미소 등 재능.기술 가진 은퇴자와 소비자 연결하는 O2O 부상
숨고.대리주부.와홈.미소 등 재능.기술 가진 은퇴자와 소비자 연결하는 O2O 부상
노인이 은퇴할 수 없는 시대다. 수명이 길어지면서 노후에도 계속 일할 수 있는 능력이 남아있고, 생활비도 필요하다.
10일 정부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노인인구는 2000년 339만5000명(7.2%)으로 '고령화 사회'에 진입했고, 내년에는 738만1000명(14.3%)에 달해 '고령사회'로 진입할 예정이다.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지만 △낮은 수준의 국민연금 지원 △사적 연금의 소득보장 미흡 등으로 한국 노인의 빈곤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고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최근 주요 기업은 물론 지자체 등에서도 노인을 고용하려는 이색 움직임이 활성화되고 있다. 젊었을 때부터 유지해온 직업적 전문성을 활용해 사회활동을 보장하고 고령사회의 새로운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움직임이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지자체들이 앞장…노인 전문성 십분 활용
경기 화성시는 노인 일자리 사업으로 '노노(老NO)카페'를 운영하며 실버 바리스타 양성에 나섰다. 60세 이상의 지역 노인에게 바리스타 교육을 한 뒤 화성지역 공공기관에 카페를 만들어 일자리를 제공한다. 노노는 영어의 'NO'와 한자의 '늙을 로'(老)를 합친 단어로 '늙지 않는다'는 의미다. 현재 총 252명의 노인이 실버 바리스타로 활동 중이다. 기존 노인 일자리가 단순 노동에 그쳤던 것에 비해 바리스타는 향후에도 자립할 수 있다는 점이 특별하다.
젊은이들의 함성이 가득한 농구 경기장 내에서 더 큰 목소리를 내는 실버요원도 있다. SK텔레콤은 만 60~70세를 대상으로 'SK나이츠 실버 챌린지' 1기 10명을 모집했다. 이들은 SK나이츠 홈 경기장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입장권 검수 및 좌석을 안내해 주는 역할을 한다. 1기는 정규리그 홈 27경기에서 활동하게 되며 근무시간은 체력적인 요건을 고려해 평일.주말 모두 일 5시간이다.
CJ CGV는 한국노인인력개발원 추천으로 60세 이상의 '도움지기' 사원을 채용했다. '도움지기'는 영화 상영 준비, 매점 제품 준비, 청결 관리 등 다양한 극장 서비스 지원업무를 한다. 일산에 위치한 국내 최초 극장운영 전문가 양성센터인 'CGV 유티버시티'에서는 시니어 인력을 위한 맞춤형 교육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있다. 현재 서울 지역을 중심으로 CGV에서 근무 중인 도움지기는 약 80명이다.
65세 이상의 어르신들로 구성된 실버택배원은 국제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CJ대한통운은 지난 2013년부터 시니어 일자리를 창출하는 '실버택배 사업'을 전개 중이다. 택배차량이 아파트 단지에 들어오면 이를 분류해 친환경 전기카트를 타고 단거리 배송을 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현재 서울.부산.경남 등 140여개 거점에서 1000여명의 시니어 인력이 참여 중이다. 최근 미국 포천지는 실버택배를 우수 사업모델로 선정하고 CJ대한통운을 '세상을 바꾸는 혁신기업'에 선정하기도 했다.
■O2O 실버 일자리 창구로 부상
온라인.오프라인 연계(O2O) 서비스도 실버 일자리의 새로운 창구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실시간 매칭 서비스 '숨고', 홈서비스 '대리주부', 출장세차 서비스 '조이앤워시' 같은 O2O 서비스는 각종 분야에서 전문지식과 경험을 갖춘 중장년에게 새 활로 개척을 돕거나 전업을 통해 경제활동을 이어갈 수 있는 디딤돌 역할을 하고 있다.
숨고는 외국어 레슨, 홈 리빙 인테리어, 출장 세차 등 재능과 기술을 가진 소상공인과 프리랜서 그리고 그들의 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소비자를 연결해주는 서비스다.
서울 성동구 이환규씨(64)는 숨고를 통해 비즈니스 일본어 레슨 및 통번역이 필요한 사람들을 위한 일을 하고 있다. 이전까지 지인의 소개에 의존했다면 이젠 다방면에서 새로운 고객을 만날 수 있게 됐다.
그는 주한 일본 투자법인 최고경영자(CEO)로 17년간 일하다 2009년 은퇴했다. 그의 나이 56세였다. 이후 자신의 특기를 살려 재취업을 위해 백방으로 이력서를 보내봤지만 나이 때문인지 면접 기회조차 없었다. 그럼에도 일본 정부관광국 공인 한국어 통역안내사, 한국 공인 일본어 관광통역안내사 자격증을 따는 등 자기 계발을 멈추지 않았다. 그는 당시를 회상하며 "지인에게 아쉬운 소리 할 때가 제일 힘들었어요. 불러만 주면 잘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면접 기회조차 없으니 정말 답답했다"고 심경을 전했다. 숨고를 통해 그는 매주 정기적인 일본어 레슨 수업을 맡게 됐으며 또 각종 기업체에서 해외 바이어를 만나는 미팅이나 국제행사에서 통번역에 나서는 등 전보다 훨씬 바쁜 나날을 보내게 됐다. 그 덕에 수입은 3배 이상 늘었다.
홈서비스 앱 대리주부는 출시 2년도 안 돼 가사도우미 9300명을 모으며 사세를 확장하고 있다. 강서구 이동희씨(50)는 짧은 경력이지만 단숨에 단골고객을 유치하면서 안정적으로 전업에 성공했다. 그는 25년간 헤어 디자이너였다. 그러다 아이를 낳으면서 일을 쉬게 됐고 경력단절을 겪었다. 그러다 대리주부를 알게 됐고 올 2월 등록해 꾸준히 일이 늘더니 현재는 1주일에 50~60곳 출장을 나간다.
현재 대리주부는 집.사무실 청소는 물론 간병, 아이 돌봄, 이사 서비스, 밑반찬 만들기 등 다양하고 실속에 맞춘 서비스로 확장하고 있다.
이 외에도 다양한 생활밀착형 서비스를 연결하는 O2O 플랫폼은 홈클리닝 '와홈' '미소', 소셜 액티비티 '프립', 원데이클래스 '원데이모아' 등이 있다.
sjh321@fnnews.com 신지혜 정용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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