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3부(주심 박보영 대법관)는 17일 아프리카 라이베리아 공화국 국적의 A씨(여)가 “딸에 대한 난민 불인정 결정을 취소해달라”며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장을 상대로 낸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다시 심리, 판단하라”며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밝혔다.
A씨는 2002년 아프리카 가나의 난민캠프에서 D양(15)을 낳고 2012년 3월 한국에 입국한 뒤 D양을 대리해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에 난민인정 신청을 했다.
여성에게 할례를 강요하는 라이베리아 전통단체 가입을 거부한 A씨는 자신의 아버지가 강제로 이 단체에 가입시키자 할례를 받기 전 달아났고 아버지는 단체가입 거부를 이유로 전통단체 조직원들에 의해 살해됐다고 주장했다. 이 때문에 자신과 딸이 라이베리아로 돌아갈 경우 박해를 받을 우려가 있다고 난민 신청 이유를 밝혔다.
그러나 출입국사무소 측이 난민협약 및 난민의정서에서 규정한 ‘박해를 받게 될 것이라는 충분히 근거 있는 공포’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난민지위를 인정하지 않자 A씨는 친권자(법정대리인) 자격으로 소송을 냈다.
1, 2심은 “A씨의 주장 외에는 A씨가 전통단체 가입을 강요받았고 이를 거부, 달아난 후 아버지가 조직원들에 의해 살해됐다는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아무런 객관적인 증거가 없다”며 “또 라이베리아의 국내 정세가 안정됨에 따라 충분히 자국 정부 보호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춰 A씨에게 박해를 받을 충분한 근거 있는 공포가 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며 청구를 기각했다.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출입국사무소가 D양이 국적국으로 돌아갈 경우 할례를 받을 가능성이 있는지는 언급하지 않은 채 ‘D양 어머니가 난민으로 인정되지 않아 D양도 난민에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판단된다’는 이유로 불인정 결정을 한 것은 법령상 근거 없이 내려진 위법한 처분”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D양의 나이와 성장 환경, 국적국의 여성 할례 현황, 어머니가 국적국을 떠나게 된 경위, 국적국 정부가 여성 할례를 없애기 위해 실효적 노력을 다하고 있는지 등을 합리적으로 심사해야 하는데도 원심은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있다”고 판시했다.
mountjo@fnnews.com 조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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