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최초로 골프 명예의 전당에 가입한 '골프여제' 박세리(40)가 2005년 5월 중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미켈롭울트라오픈대회를 앞두고 가진 기자회견에서 밝힌 슬럼프 원인이다. 박세리는 당시 엄청난 슬럼프에 직면해 있었다. 앞만 보고 달려왔던 스물 여덟의 박세리로서는 휴식이 가장 절실했다. 급기야 그는 LPGA투어 사무국에 병가인 '메디컬 익스텐션'을 제출하고 시즌을 접었다. 그리고 국내에 들어와 골프채를 놓고 놀기만 했다.
그 이듬해에 투어에 복귀했지만 예전의 박세리가 아니었다. 자신을 아끼지 않고 너무 혹독하게 부려 먹은 게 깊은 슬럼프의 원인이었다는 걸 누구보다도 잘 알게 된 그는 이른바 '세리 키즈'를 비롯한 후배들에게 틈만 나면 "골프를 즐겨라"고 조언했다. 다시말해 수시로 재충전을 위한 휴식 시간을 가지라는 것이었다. 그러기 위해선 두 말할 나위없이 유익한 취미생활이 필요하다. 우상인 박세리의 경우를 '반면교사' 삼아서인지 근래들어 많은 여자 선수들이 다양한 취미생활을 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결과 파악됐다.
박세리에 이어 한국인으로는 두 번째로 골프 명예의 전당에 가입한 박인비(29·KB금융그룹)는 비시즌 등 대회에 출전하지 않을 때에는 가급적 라스베가스 집에서 남편(남기협씨)과 휴식을 취하거나 맛있는 요리를 해먹으면서 시간을 보낸다. 쉴 때는 집 근처에서 산책을 하는 게 운동의 전부고 아예 골프와는 담을 쌓는다. 올 시즌 1승을 거둔 지은희(31·한화)도 집에서 휴식을 주로 취하거나 영화감상을 하면서 시간을 보낸다.
세계랭킹 3위 유소연(27·메디힐)은 요리가 취미다. 그래서 레시피를 찾아 장보러 다니는 것과 식기 쇼핑을 즐긴다. 가장 잘하는 요리는 북어국과 태국 그린 커리다. 내년부터 문영그룹에 새둥지를 틀게 되는 국내 장타자 김민선(22·CJ오쇼핑)은 특이하게도 낚시를 즐긴다. 친오빠와 오빠 여친과 틈나는대로 출조를 한다는 김민선이 즐기는 낚시는 바다 낚시로 최근에는 46cm 짜리 감성돔을 낚아 제대로 손맛을 보기도 했다.
올 대세녀 이정은(21·토니모리)은 쇼핑으로 휴식을 취한다. 올 시즌 10억원이 넘는 최고 상금을 획득했지만 아직은 학생 신분이어서 구입 물품은 소소한 액세서리 종류가 전부다. 배선우(23·삼천리)는 주로 아이쇼핑을 하거나 학교(연세대) 근처에서 친구들을 만나는 것으로 시간을 보낸다. 올 시즌 도중에 국내 무대로 유턴한 장하나(25·비씨카드)의 취미는 그림 그리기와 디저트 카페 순회다. 디저트 카페는 거의 매주 월요일이면 어김없이 찾는다.
내년 1월27일 결혼하는 허미정(28·대방건설)은 예비신부답게 요리와 레고가 취미다. 최나연(29·SK텔레콤)도 요리를 하면서 시간을 보낸다. 그래서 투어를 다닐 때는 일부러 요리시설이 갖춰져 있는 호텔을 잡는다. 독서파도 있다. 내년부터 LPGA투어서 활동하게 되는 고진영(22·하이트진로)과 신지은(25·한화)이다. 고진영은 대표적 독서파인 반면 신지은은 게임과 컴퓨터도 독서 못지 않게 병행해서 즐긴다. 올 시즌 '지현 천하'의 한 축인 오지현(21·KB금융그룹)도 독서파지만 주로 읽는 쟝르는 추리소설이다.
golf@fnnews.com 정대균 골프전문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