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살짜리 어린이를 문 반려견 주인이 '주의의무'에 소홀했다는 이유로 2900만원을 배상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재판과정에서 견주는 어린이가 '과잉진료'를 받았다며 치료비 공제를 주장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제주지법 민사3단독 윤동연 판사는 한모양과 가족이 김모씨와 A손해보험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2923만원을 배상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2015년 7월 만 3세였던 한양은 가족과 함께 제주시에 있는 한 광장에 산책을 나왔다. 김씨 역시 진돗개와 함께 산책하기 위해 자가용을 몰고 광장에 도착했다.
사건은 차량 문을 열자마자 발생했다. 짐칸에 타 있던 진돗개가 한양에게 달려들었던 것. 입마개가 없던 진돗개는 한양의 오른쪽 다리를 물어뜯었다. 어머니가 진돗개를 쫓아내려 했으나 진돗개는 아랑곳하지 않고 한양의 머리까지 물었다. 한양은 두피에 상처를 입고 무릎 타박상을 당했다. 결국 김씨는 기소돼 과실치상 혐의로 벌금 300만원을 물게 됐다. 한양과 가족은 김씨를 상대로 민사소송도 냈다.
재판부는 김씨에게 '주의의무 소홀'로 인한 배상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김씨는 진돗개와 산책을 하려면 시민들 안정을 위해 개줄을 묶는 등 보호조치를 해야 할 주의의무가 있지만 소홀히 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한양이 15세 이후 성형외과적인 교정 수술이 필요하고 정신건강의학과에서 향후 2년간 치료가 필요하다"며 위자료 1000만원을 포함한 2317만원을 지급하라고 명했다. 한양 부모에게는 위자료 등 총 660여만원을 배상하라고 했다.
이 과정에서 김씨는 "한양이 필요 없는 진료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한양이 상급 병실을 이용했고 미술 치료를 받은 220만원을 배상할 필요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재판부는 한양의 진료가 적절했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한양이 사건으로 인해 상해 정도가 심하고 입원 당시 만 3세 3개월가량으로, 보호자가 24시간 곁에서 돌봐야 한다"며 "상급병실이 필요한 사정이 있었다"고 전했다. 이어 "한양은 급성스트레스에 대한 반응을 보였고 따라서 미술치료 역시 치료의 한 방법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beruf@fnnews.com 이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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