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부(주심 조희대 대법관)는 21일 항공보안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조 전 부사장의 상고심에서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조 전 부사장은 2014년 12월 5일 미국 뉴욕 JFK국제공항에서 대한항공 KE086 일등석 탑승 후 승무원의 견과류 서비스를 문제 삼아 사무장 등에게 폭언·폭행을 하고 램프리턴(항공기를 탑승 게이트로 되돌리는 일)을 지시해 사무장을 강제로 내리게 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당시 항공기는 출발을 위해 탑승구를 닫고 토잉카(견인차)에 끌려 22초간 17m 가량 계류장에서 이동하다가 조 전 부사장의 지시로 멈춘 뒤 왔던 방향으로 되돌아갔다. 검찰은 항공기의 예정된 '항로'는 탑승구를 닫은 뒤 지상에서 이동할 때부터 시작된다며 조 전 부사장이 항공보안법상 항로변경죄를 저질렀다고 봤다. 1심 재판부도 이를 받아들여 징역 1년 이상 10년 이하인 항로변경죄를 유죄로 인정,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반면 2심 재판부는 “'항로'는 사전적 의미대로 '항공기가 통행하는 공로(空路)'로 해석하는 게 맞다"며 항로는 '항공로'를 의미할 뿐이지 지상 이동까지 포함하지는 않는다는 조 전 부사장 측 주장을 받아들여 항공기항로변경 혐의를 무죄로 봤다. 다만 항공기안전운항저해폭행과 형법상 강요, 업무방해 등 3개 혐의만 유죄로 보고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검찰은 주된 공소사실이었던 항로변경 혐의가 항소심에서 무죄로 뒤집히자 유무죄를 다시 다퉈보겠다며 상고했다. 반면 조 전 부사장은 자숙과 반성의 의미에서 상고를 포기했다.
대법원은 지난달 이륙을 위해 지상에서 운항 중인 여객기를 탑승구로 되돌아가게한 행위가 항공기의 항로 변경에 해당하는지를 놓고 대법관 전원이 심리하는 전원합의체에 회부했다.
대법원은 1심과 같이 항공기의 지상 이동 경로는 ‘항로’가 아니라며 상고를 기각했다. 대법원은 "다른 법률이나 실제 항공기 운항 업무에서 '항로'가 하늘길이란 뜻에서 벗어난 의미로 사용한 예는 없다"며 "'항로'는 하늘길이란 뜻이 분명하다"고 판단했다. 법령에 쓰인 '항로'에 대해 정의를 내린 규정이 없다면 원칙적으로 사전적 정의 등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진 의미를 따라야 한다는 게 대법원의 판단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처벌의 필요성이 크더라도 법률에서 범죄로 규정하지 않았으면 처벌할 수 없다는 '죄형법정주의' 원칙을 재확인한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mountjo@fnnews.com 조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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