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특정 다수에 의한 온라인 집단 괴롭힘 증가
- 유명인에서 일반인으로 피해영역 확대
- 가장 먼저 해결해야할 것 ‘언론의 중심잡기’
- 유명인에서 일반인으로 피해영역 확대
- 가장 먼저 해결해야할 것 ‘언론의 중심잡기’
#.지난 2010년은 ‘타진요(타블로에게 진실을 요구합니다)’ 때문에 떠들썩한 한 해였다. 일부 누리꾼이 그룹 에픽하이 멤버 타블로 씨의 학력 위조설을 제기한 것. 그들은 안티 카페를 만들고 타블로 씨를 학력 위조범으로 고발하기까지 했다. 스탠퍼드대학교의 사실 확인, 성적표 공개에도 비난 여론은 한동안 수그러들지 않았다.
‘타진요’ 사태는 인터넷이라는 개방적인 환경과 잘못된 정보 제공자, 검증 없이 이슈만 재생산한 언론의 합작품이었다. 익명성에 기댄 ‘마녀사냥’이 얼마나 위험할 수 있는지 보여줬다. 자성의 목소리도 나왔다. 하지만 7년이 흐른 지금도 이 합작 구도는 크게 바뀌지 않았다. 오히려 피해자만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나고 있다.
최근 인터넷에서 발생하는 집단 괴롭힘, ‘사이버 불링’이 극성이다. 사이버 불링은 불특정 다수의 가해 행위이며 악플, 언어폭력, 성폭력, 사진·동영상 유포, 루머 생산, 스토킹 등이 해당된다.
■ 일반인에게 번져가는 사이버 불링 피해
연예인 등 유명인에게 주로 가해지던 사이버 불링이 일반인에게 확산되고 있다. 신상털기나 루머 피해자가 많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스타나 피팅 모델처럼 유명세를 타는 일반인은 스토킹, 막말, 성희롱 희생양이 되기도 한다.
일반인 신상털기의 그림자를 제대로 보여준 사례는 ‘240번 버스 사건’이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서울시버스운송조합 게시판 등에 올라온 잘못된 항의글이 SNS, 모바일 메신저로 퍼져나가며 시민들이 공분했다. 언론은 불씨에 기름을 부었다. 사실 확인보다 이슈 나르기에 급급했다. 온라인이 뜨거워지는 만큼 피해 버스 기사는 고통받아야 했다.
SNS의 ‘다이렉트 메시지(DM)’ 기능을 악용해 악성 메시지를 보내는 케이스도 있다. 주로 상습적인 막말이나 스토킹으로 나타난다. 이달 초 방송인 윤태진 씨가 SNS에 스토킹 피해를 호소하기도 했다. 프리랜서 모델로 활동하는 20대 여성 A씨는 “하루에도 이상한 메시지가 많이 오는데 대부분 막말이나 성희롱이다. 만나자고 애원하는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악의적인 DM은 일반에게 공개되지 않는 1대 1 커뮤니케이션이라 훨씬 음성적이고 집요하다.
■ 작은 커뮤니티의 ‘거대한 혐오’ 생산도 문제
지난해 시끄러웠던 'OO패치'도 사이버불링으로 볼 수 있다. 배우 박유천의 유흥업소 여성 성폭행 혐의가 불거진 뒤 인스타그램에서 불특정인들의 제보를 받아 유흥업소 종사 여성들의 신상정보와 사진이 공개돼 논란이 됐다. 바로 ‘강남패치’다. 며칠 뒤 유흥업소에서 성을 구매하는 남성을 폭로하는 ‘한남패치’가 등장했다. 이후 우후죽순처럼 유사한 계정이 생성됐다. ‘정의 구현을 위한 폭로’를 외쳤던 ‘OO패치’의 실상은 익명 뒤에 숨은 가해자들의 싸움판, 조롱거리였을 뿐이다.
온라인 커뮤니티 워마드는 배우 김주혁, 샤이니 멤버 종현 사망 후 고인을 조롱하는 듯한 게시글을 올려 논란을 일으켰다. 대학생 B씨는 “예의도 상식도 없는 짓”이라고 평했다. 그는 “요즘 워마드가 혐오 문제의 중심에 있지만 고인을 욕보이는 행위는 예전부터 있었다”고 꼬집었다. 죽은 이를 소재로 내뱉는 속칭 ‘고인 드립’은 일간베스트저장소가 노무현 전 대통령과 세월호 희생자, 유족 등을 비하하며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기도 했다. 일개 커뮤니티의 문제로 치부하고 넘어갈 수도 있다. 하지만 일부가 ‘거대한 혐오’를 생산하는 지금의 분위기는 경계해야 한다.
■ 언론-포털은 공범자, 팩트체크 통해 잘못된 여론 형성 막아야
사이버 불링은 1차적으로 맹목적인 비난, 잘못된 루머 등을 만든 당사자의 잘못이다. 표현의 자유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자살로 이어질 정도로 명백한 가해행위다. 처벌 요구가 높아지고 있지만 익명성에 기댄 발언이 많아 가해자를 밝혀내기 어렵다. 그래서 이슈를 끄집어내는 언론의 책임이 강조된다.
기자들의 ‘중심잡기’가 필요하다. 사실 확인을 거치지 않은 기사는 이슈를 소비하는 일일 뿐이다. 사소한 잘못이라도 언론 보도를 거치면 ‘국가적 중대사’처럼 보이게 된다. 매체끼리 경쟁하느라 공론장도 대안도 만들지 못하고 있다. 30대 직장인 C씨는 “사건과 관계없는 대중은 뉴스를 보고 소식을 알게 된다. 수많은 사람들이 보는 만큼 신중하고 정확한 보도를 해줬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뉴스를 서비스하는 플랫폼의 필터링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20대 직장인 D씨는 “사실 확인이 안 된 기사가 나올 수밖에 없다면 포털 사이트가 걸러내면 될 텐데 오히려 적극적으로 노출시키는 듯하다”며 플랫폼이 이슈 확산을 막도록 공조해야 한다고 말했다.
ocmcho@fnnews.com 조재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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