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인.개인 동반매도, 기업 이익전망 하락, 미국 디커플링.'
올해 국내 증시에서 '산타랠리(성탄절을 전후한 연말에 증시가 오르는 현상)'가 사라지게 된 이유다. 전문가들은 1월 4.4분기 실적 발표 이후를 주가 반등 국면으로 예상하고 있다.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13.20포인트(0.54%) 하락한 2427.34에 거래를 마쳤다. 15일 전인 지난 11일보다는 약 1.8% 떨어졌다.
코스피 지수는 지난달 2일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 5일 2500선을 반납한 이후 반등 여력을 상실한 모습이다. 일반적으로 성탄절을 전후한 연말에 증시가 상승 국면을 보이지만, 올해는 이와 같은 '산타 랠리'가 증발한 것이다.
■개미, 비트코인으로 갔나
우선 외국인과 개인의 매도세가 큰 폭으로 늘어나며 지수 하락을 압박하고 있다. 코스피에서 개인은 이달 들어 3조9000억원이 넘는 순매도를 기록했다. 외국인도 이달 순매도액이 1조8000억원을 넘겼다. 특히 이날 개인 코스피 순매도는 8800억원 넘는 순매도를 기록하며 역대 최대치를 1거래일만에 갈아치웠다. 코스닥에서도 개인은 1조5000억원이 넘는 순매도를 기록했다.
국내 증시가 답보 상태에 머무르자, 외국인투자자들이 북클로징(회계결산) 시즌과 맞물리며 매도 비중을 높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국내 증시를 주도하던 반도체주의 경기 우려로 인한 주가 하락이 연말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시각이다.
개인의 경우 일반적으로 연말에 개인투자자들이 양도소득세 부담으로 주식을 매도하는 경향이 있는데다, 내년부터 과세 요건도 강화되며 매도세가 한층 커졌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비트코인 등 가상통화 투자가 주목받으며 개인 주식 자금이 이동했다는 분석도 있다.
박희정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양도소득세는 기본적으로 연말이면 나타나는 계절적 요인"이라며 "외국인 매도도 늘며 개인도 함께 빠지고, 개인 자금이 비트코인으로 간다는 이야기도 있다"고 설명했다.
두 번째 요인은 국내 기업의 이익 하락 부담이 주가 지수에도 반영되고 있다는 점이다. 법인세 인상, 최저임금 상승 등의 정책적 재료가 각각 대.중소기업의 이익 기대치를 낮추는 역할을 하며 주가 전망도 함께 내려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원화 강세가 이어지며 국내 수출 기업들의 가격 경쟁력이 약화될 것이란 우려도 비슷한 맥락이다.
윤지호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내년 경제정책이 기업 이익의 기대치를 낮출 것이란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이라며 "전망치가 내려가는 상황에서 주가에 심리적 요인이 함께 반영되는 시기"라고 분석했다.
■美 증시 동조 약화
세 번째는 미국과의 디커플링(탈동조화) 현상으로 인해 호조를 보이는 뉴욕 증시가 국내 지수를 끌어올리지 올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꼽힌다. 뉴욕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지난 18일 장중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이달 들어 2% 넘게 상승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도 1.56%, 기술주 위주의 나스닥 지수도 같은 기간 1.64% 각각 상승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행정부가 추진하는 세제 개편안 통과를 앞두고 지수가 일제히 상승했다.
일반적으로 미국 증시 상승에 국내 증시도 영향을 받지만, 이번에는 증시 상승 재료가 미국 내 이슈로 제한되며 동반 상승이 연출되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미국 순이익 증가 기대감으로 자금이 몰리며 오히려 이번 이슈가 연말 신흥국 증시에 부정적 영향을 줬다는 평가다.
박 센터장은 "미국 증시가 오르는 이유가 자체 요인으로 제한됐고, 국내 증시도 특별히 긍정적인 12월 펀더멘털(기초 체력) 지표가 없었다"며 "국내 증시는 글로벌 경기 호조 기대감에 따른 지표 요인에 영향을 받는데, (그게 아니어서) 외국인 매도도 꾸준히 나오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1월 발표되는 4.4분기 기업 실적이 호조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되며 반등의 여지는 있다는 분석이다. 윤 센터장은 "1월 실적 시즌이 시작되면 (지수가) 괜찮아질 것"이라며 "실적이 생각보다 나쁘지 않다는 평가가 나올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bhoon@fnnews.com 이병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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