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법원 “국가 실수로 군인 유족에 이중배상, 번복 못해”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12.29 17:04

수정 2017.12.29 17:04

법원 “국가에 책임 있어”
선임병들의 가혹행위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군인 유족들이 국가 실수로 법에서 금지한 보훈급여금과 손해배상금을 동시에 받게 됐으나 이를 막을 수 없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이중배상을 막는 규정이 있는데도 손해배상 소송 과정에서 주장하지 않은 국가의 책임이 있다는 취지다.

서울중앙지법 민사17부(부상준 부장판사)는 국가가 A씨 유족들을 상대로 "보훈급여금 지급에 따라 손해배상금을 내지 않게 해달라"며 낸 청구이의 소송을 기각했다.

지난 2008년 8월 육군에 입대했던 A씨는 같은해 10월 포병대대로 자대 배치를 받았고 그 무렵부터 3개월 동안 선임병들의 폭행과 협박에 시달렸다.

이듬해 1월 A씨는 폭행 과정에서 왼쪽 발목 인대 손상을 입었고 국군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은 뒤 2009년 4월 퇴원했으나 다음날 여관에서 번개탄을 피워놓고 숨진 채 발견됐다.


A씨의 유족들은 부대 지휘관들이 관리.감독을 소홀히 해 자살 사고를 막지 못했다며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A씨의 자살이 선임병들 가혹 행위와 지휘관들 관리.감독 소홀과 관련이 있다고 보고 유족들에게 총 6100여만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2011년 6월 확정했다.

이후 A씨의 유족들은 보훈보상대상자의 유족이 되는 결정을 받기 위해 군가보훈처에 등록을 신청했다. 국가보훈처는 보훈심사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쳐 이들을 보훈보상자법상 유족에 해당한다고 결정, 보훈급여를 지급해왔다.

그러나 국가는 이후 A씨 유족들을 상대로 앞서 확정된 민사판결의 집행력 배제를 구하는 소송을 냈다. 국가배상법상 전사.순직한 군인의 유족이 재해보상금과 유족연금 등을 받을 때 민법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족 측은 "국가가 손해배상소송에서 '국가배상법에 따라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는 항변을 하지 않아 판결이 확정됐다"며 "확정판결의 기판력(확정판결이 내려지면 같은 사건에 대해 소송을 제기할 수 없음)에 의해 청구이의로 주장할 수 없다"고 맞섰다.

재판부는 "이중배상 우려가 있다는 사정만으로 변론종결 이전 사유로 확정판결의 집행력 배제를 인정할 수 없다"며 유족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A씨가 사망한 후부터 손해배상 소송이 끝나기 전까지 국가유공자법에서 정한 보상제도에 따라 유족들은 보상을 받을 수 있었다"며 당초 유족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었으나 국가가 이를 주장하지 않아 손해배상 책임을 지게됐다고 판시했다.

fnljs@fnnews.com 이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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