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가 미국과 영국 중심인 교역의 축을 중국과 러시아로 다변화하는 계획을 추진 중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2차 대전 이후 최대 교역상대국은 미국과 영국이었지만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에 따른 불확실성,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집권 이후 미국의 보호주의 여파로 무역 중심의 축을 동쪽으로 옮기고 있다.
브루노 르마레 프랑스 경제·재무장관은 WSJ과 인터뷰에서 "프랑스는 대서양에 매우 편중적인 교역관계에서 벗어나 재균형을 추구하고 있다"면서 유럽에서 러시아를 거쳐 중국에 이르는 무역 '중추'를 건설하는게 목표라고 밝혔다.
프랑스의 이같은 구상은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정상외교를 출발점으로 삼을 전망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달 첫 중국 방문길에서 중국과 경제협력 강화 발판을 다지고, 5월에는 러시아를 방문한다. 러시아가 다보스포럼에 대항해 만든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5월에 열리는 국제금융평의회(IFC)에 참석한다.
프랑스의 교역 중심 이동 행보는 유럽과 미국 간에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가운데 나왔다. 지난해 12월 르마레 장관을 포함해 EU 재무장관 5명은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에게 공개서한을 통해 미국의 세제개혁을 강도 높게 비판한 바 있다.
서한에서 유럽 재무장관들은 법인세 감면이 미 기업들에 부당한 이득을 줄 뿐만 아니라 이들의 유럽 투자도 위축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르마레 장관은 당시 서한에서 "미국은 가까운 동맹이고 유럽의 주된 교역 상대국이지만 문제 또한 명백하다"면서 "서한을 보내는 것은 일상적인 것이 아니며 이는 유럽이 스스로의 힘을 키울 필요성을 자각하게 됐음을 상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러시아에서 활동하고 미국에도 사업망이 있는 외국 기업을 제재하기로 한 세제개혁안 내용은 '치외법권적 제재(extraterritorial sanctions)'라면서 "이는 다국적 글로벌 조직에 관한 유럽의 비전과 상충된다"고 지적했다.
프랑스의 러시아 진출 확대는 일찌기 예견된 것이기도 하다. 르마레 장관은 지난해 12월 프랑스와 러시아 정부간 경제협력체인 CEFIC에 참석한 자리에서 중·러로 무역중심을 이동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CEFIC는 2014년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합병한데 따른 EU의 경제제재로 2015년부터 활동이 중단됐지만 이듬해인 2016년 마크롱 대통령이 당시 경제장관으로 임명되면서 활동을 재개한 바 있다.
프랑스는 러시아의 최대 외국인투자국이고, 프랑스 업체들은 러시아에 직원 약 17만명을 거느린 최대 외국인 고용기업들이기도 하다.
양국간 교역은 EU 경제제제가 도입된 2014년 이후 반토막이 났다.
프랑스의 대러 수입은 2014년 102억3000만유로에서 2016년 55억4000만유로로 줄었고, 대러 수출은 같은 기간 67억6000만유로에서 48억9000만유로로 감소했다.
한편 프랑스가 미·영에서 중·러로 교역 중심의 축을 옮기겠다고 선언했지만 쉽지는 않을 전망이다. 2016년 프랑스와 미·영 간 교역규모는 1195억유로에 이른 반면 중·러 교역규모는 791억유로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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