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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과 도약 2018 함께 뛰자, 대한민국] 제조업 구조 재편·AI 투자 확대 등 '포스트반도체' 찾아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1.02 19:49

수정 2018.01.02 19:49

(4) 길 잃은 성장동력
韓, AI관련분야에 연간 총 380억원 투자 계획
4차 산업혁명 시대 맞게 정책 부서의 협업 필요
[개혁과 도약 2018 함께 뛰자, 대한민국] 제조업 구조 재편·AI 투자 확대 등 '포스트반도체' 찾아야

2017년 한국 경제는 반도체가 견인했다. 지난해 3.4분기까지 국내 수출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16%로 단일 품목으로는 최대를 기록하며 '반도체 코리아'의 명성을 확인했다. 하지만 모든 산업에는 업황 사이클이 있다. 올해 정점을 찍은 반도체 산업 역시 당장 내년부터 호흡 조절에 들어갈 수 있다는 전망이 곳곳에서 나온다. 반도체 업황이 불황으로 전환하면 우리 경제는 쏠림으로 인한 부작용을 감내해야 한다.
예고된 경기 침체를 대비해 서둘러 '포스트 반도체'를 찾아야 하는 이유다.

■반도체 불황을 대비하자

2일 재계에 따르면 지난해 '반도체 코리아'의 주인공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실적만 냈다 하면 '사상 최대'라는 수식어를 달고 다녔다. 독주 체제를 굳힌 삼성전자의 경우 제조업으로선 상상하기 힘든 영업이익률 50%를 달성했다. 반도체 분야에서만 분기 영업이익 10조원 시대를 열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분야의 절대강자인 인텔을 24년 만에 왕좌에서 끌어내리고 반도체 1위 기업이 됐다.

그러나 이 같은 슈퍼 호황이 내년에도 지속될 것이란 보장은 없다. 업계에서는 의견이 갈린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반도체 수요가 대폭 늘어난 만큼 내년까지는 호황이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 있는 반면 모간스탠리를 비롯한 외국계 투자회사는 비관론을 펴고 있다.

모간스탠리는 '고마웠던 메모리, 잠시 멈춰야 할 시간'이라는 보고서에서 삼성전자의 주력사업인 메모리반도체 업황을 부정적으로 전망했다. 공격적인 D램 증설과 스마트폰, PC 등 주력시장의 판매 감소로 하락세가 예상된다는 내용이다.

분명한 것은 반도체 호황과 별개로 우리 경제의 쏠림현상을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경제계는 2018년도 한국 경제는 성장률 자체로는 2017년보다 낮아진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대체로 국내 경제연구소들은 내년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2%대 중반으로 추정하고 있다.

다만 이는 건설부문의 하방 리스크가 가장 큰 요인으로, 수출의 16%에 달하는 반도체산업 비중 축소는 고려되지 않았다. 반도체산업의 슈퍼호황이 내년 지속된다면 3%대도 바라볼 수도 있지만 그 반대라면 2%대 성장률을 고수하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한국의 첨단제조업은 최근 부가가치 증가율이 급락했다. 2010~2014년 연평균 증감률은 -4.7%로 일본(-9.9%)에 이어 최하위다. 세계 전체가 4.2%이고, 비교국(일본 제외)이 플러스 성장한 것과 비교하면 한국은 급락세다. 한국은 현재 위상이 하락하고 있는 제조업을 고부가가치 산업구조로 빨리 재편해야 하는 당면과제를 안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의 꽃은 'AI'

'포스트 반도체' 산업을 육성해야 한다는 주장은 이전부터 꾸준히 제기됐다.

선진국 및 주요 글로벌 기업들은 정보기술(IT) 분야의 차세대 유망기술로 인공지능(AI)을 주목하고 있으며 이미 다양한 영역에서 상용화를 시도하고 있다. 자율주행자동차, 로봇, 감시시스템, 교통제어시스템 등이 AI와 관련한 대표적 산업이다. 세계 AI 시장 규모는 2015년 약 1270억달러에서 2017년 약 1650억달러로 연평균 14% 고성장했다. AI 관련 스타트업 투자 규모도 2010년 4500만달러에서 2015년 3억100만달러, 투자건수는 6건에서 54건으로 급증했다.

한국 정부도 움직이고 있다. 한국 정부는 향후 10년간 1070억원이 투자되는 '엑소브레인' 프로젝트를 비롯해 AI 관련 분야에 연간 총 38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하지만 이는 미국(30억달러), 유럽(10억유로), 일본(1000억엔) 등 선진국에 비하면 매우 미흡한 수준이다. 사실상 삼성과 현대차, SK, LG 등 대기업들은 인수합병(M&A)과 자체 연구개발(R&D)로 미래를 구상 중이다.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단기 실적개선에 묶인 중소기업들은 정부 지원 없이는 4차 산업혁명에 투자하기 힘든 여건"이라고 토로했다.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기업 경쟁력을 회복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세계 경기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국내 규제개혁이 미진하면서 국내 기업의 활동이 위축되고, 국외로 둥지를 옮기는 기업은 늘었다. 신생기업은 갈수록 줄고 성장사다리 부재로 중소.중견 기업은 대기업으로 성장하기 힘든 실정이다. 이에 따라 글로벌 500대 기업 중 한국 기업 수는 2000년 12개에서 2010년 10개, 2015년 15개로 소폭 증가했지만 여전히 비중은 3%에 불과하다.

■지속 가능한 정책협업 절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정책을 담당하는 부서의 유연한 협업이 필수다. 홍준표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보건 및 의료, 관광 등 투자 유인책을 강화해야 하는 유망 서비스업 부문에서 네거티브 규제 전환이 시급하다"며 "제조와 서비스로 나눠보는 산업화 시대의 이분법적 시각에서 탈피해 융합 관점에서 산업을 바라보는 인식이 전제돼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정권이 바뀌어도 긴 안목으로 정책을 계승될 수 있는 환경도 필요하다. 이태규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성장동력 산업을 선정하고 정책을 추진할 때 대상 산업이 백화점식으로 나열되지 않도록 선택과 집중의 원칙을 견지해야 한다"면서 "성장동력에 대한 투자와 육성은 중장기적 시계를 가지고 추진돼야 한다.
특히 정부가 바뀔 때마다 새로운 계획이 세워지면서 지속 가능한 지원을 막는 것은 문제"라고 당부했다.

km@fnnews.com 김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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