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정여울/천년의상상
작가 정여울이 작은 출판사 천년의상상과 함께 새로운 실험이자 커다란 모험을 시작한다. 올 한해 동안 매월 1권씩, 총 12권의 책을 내는 ‘월간 정여울’이다. 월간 정여울은 우리가 잃어버린 감수성을 깨우는 12개의 의성어·의태어로 이뤄지며, 매달 개성 넘치는 화가의 그림과 함께한다.
‘똑똑’은 그 첫번째 이야기. 작가가 항상 독자에게 다가설 때마다 느끼는 부끄러움과 수줍음을 나타낸 표현이다. ‘똑똑’과 어울리는 영화, 소설, 시, 여행, 음악, 그림 등 작가를 둘러싼 일상에서의 다채로운 에세이를 담았다. 첫사랑에 빠진 소년의 애타는 마음, 어린 조카와의 대화에서 얻은 깨달음, 글쓰기 수업에서 일대일로 학생들을 멘토링하며 고민한 흔적, 좋은 삶은 어떻게 가꾸어나가야 하는가 등 이야기 보따리가 한가득하다.
“나를 찾는다는 건 어렵지 않아요. 타인의 작품이 내 마음을 비추어보는 거울이 되죠. 이 음악은 왜 내 마음을 한없이 일렁이게 하는지, 이 그림은 왜 특히 더 많은 말을 걸어오는지, 천천히 곱씹고 되비추고 반추하는 시간을 갖는 거예요. 너무 거대한 것이라고 생각지 않으면 좋겠어요. 이미 하고 있는 거예요, 우리가. 한번 내 마음속으로 풍덩 제대로 빠져봤으면 좋겠어요.”
3명의 직원이 책을 만드는 작은 출판사 천년의상상은 어느 날 고민에 빠뜨린 문장 하나를 만난다. “무게와 깊이를 혼동하지 마라”가 그것이다. 무겁다고 깊은 것도, 가볍다고 무의미한 것도 아닐 텐데 마냥 ‘책은 묵직해야 한다 생각했던 건 아닌지’라는 의문이 일었다. 그래서 깊이는 간직하면서도 독자에게 가볍게 다가갈 방법은 무엇일까 고민하게 됐다.
이 고민에 정 작가가 동참했다. 그는 “항상 단정하고 정리된 편집으로 하나의 주제를 향해 나아가는 단행본에서는 보여줄 수 없었던 좀 더 자유로운 나, 천방지축의 나, 파란만장한 나를 마치 바로 옆에서 말하듯이 들려주는 그런 책을 쓰고 싶었다. 바른 자세로 심각하게 읽지 않아도 좋은, 드러누워 읽어도 좋고 맥주 한 캔과 함께 읽어도 좋은 책. 카페에서 차 한잔 함께하며 도란도란 나누고 싶은 수다까지도 한 권의 책이자 잡지에 고봉밥처럼 꾹꾹 눌러 담고 싶었다”고 털어놨다.
이들은 12개의 의성어와 의태어를 주제로 잡아,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뉘앙스나 분위기, 아우라가 비슷한 글들로 채울 예정이다. “잠깐잠깐 옷깃만 보여주었던, 베일에 싸여 보이지 않던 감성과 감수성을 맘껏 실험하는, 축제가 되는 장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것이 작가의 목표다.
yjjoe@fnnews.com 조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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