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춘수 한화그룹 부회장은 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김세윤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박근혜 전 대통령 재판 증인으로 나와 이 같이 밝혔다.
금 부회장에 따르면 지난 2015년 7월25일 박 전 대통령은 김승연 회장과 단독면담을 가졌고 이후 김 회장은 당시 경영기획실장이었던 금 부회장에게 "대통령이 문화·스포츠 분야를 지원하라고 했다"는 말을 전달했다.
박 전 대통령의 국선 변호인이 "김 회장이 증인에게 독대에서 나온 말을 전달한 것은 나중에 재단이 설립되면 지원해주라는 취지로 말한 것인가"라고 묻자 금 부회장은 "회장님도 그것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하라는 것인지 이해하지 못했다. 저도 그 이야기를 듣고 '문화·스포츠 분야에 관심을 가져야겠구나'라고만 생각했을 뿐이었다"고 답했다.
그러나 금 부회장은 2015년 10월26일 경영기획실 회의 후 운영팀장으로부터 '전경련의 요청으로 미르재단에 15억원을 출연하게 됐다'는 보고를 받았다.
금 부회장은 같은해 11월 초순께 김 회장에게 "이번 출연이 청와대 독대 이후에 말해주셨던 문화·스포츠 지원과 연결된 것 같다"고 말했고 이에 김 회장은 "알았다"고만 답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재단 출연에 전결권한이 있는 운영팀장에게 독대에서 나온 이야기를 왜 전달하지 않았느냐"는 검찰 질문에 "대통령과의 독대는 엄격한 보안사항으로 생각했다"고 답했다.
이후 K스포즈재단에 대한 출연에 대해서도 같은 과정을 거쳐 금 부회장에게 보고됐고 출연이 이뤄진 후 김 회장에게도 보고됐다는 것이다.
변호인이 '통상 정부정책에 대해 기업들이 일정 부분 따라가지 않느냐'고 지적하자 금 부회장은 "좋은 취지의 정책을 내면 기업도 공감하고 지원하는 것은 역대정부에서 다 있었다"면서도 "이번 건은 특이하게 지원 금액결정의 협의권한이 저희에게 없었다. 다른 경우에는 얼마인지 협의하고 시간도 충분했는데 그런 게 없는 점이 달랐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경련도 통상 회비를 받아 쓰지, 출연금을 정해 기업들이 분담하도록 한 적은 제가 있는 동안 없었다"며 "지방단체나 시민단체의 요청에 따라 지원을 결정하는데, 금액은 협상을 통해 줄이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일방적인 통보에도 출연한 경위에 대해서는 "청와대의 관심사항이어서 저희만 빠지면 눈밖에 나지않을까 하는 막연한 우려를 했다"고 말했다.
fnljs@fnnews.com 이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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