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6년 국내 최초로 암 진료에 적용하기 시작
"인공지능 '왓슨' 도입이 의료계의 문화를 바꾸는데 한 몫하고 있습니다."
이언 가천대 길병원 인공지능 정밀의료 추진단장(신경외과 교수.사진)은 7일 IBM 인공지능(AI) '왓슨 포 온콜로지(Wantson for oncology)' 도입 효과에 대해 설명했다. 가천대 길병원은 지난 2016년 12월 5일 국내 최초로 미국 IBM사의 인공지능 '왓슨 포 온콜로지'를 도입해 암 진료에 적용하기 시작했다.
인천 소재의 가천대 길병원 본관 1층에 자리잡은 'IBM 왓슨 인공지능 암센터'는 왓슨 전용 다학제 진료실, 코디네이터실, 왓슨 전용 라운지 등으로 구성돼 있다.
현재 위암, 대장암, 폐암, 유방암, 자궁경부암, 난소암, 전립선암, 방광암 등에 대해 WHO 진료가 가능하다. 도입 후 13개월 간 600명이 넘는 환자가 왓슨 다학제 진료를 받았다.
이 단장은 "우리나라는 서울의 빅 5 대형병원에 전국 환자의 70% 가량이 집중되고 있다"며 "환자가 서울 병원으로 이탈하는 것을 막고 병원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왓슨을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왓슨을 도입한 후 서울 빅 5병원 근처에 거주하는 환자가 길병원을 찾은 경우가 있다. 이는 20년간 없었던 일이었다. 특히 왓슨 포 온콜로지 도입과 함께 시작된 다학제 진료가 환자의 만족도를 높였다. 환자 1명을 두고 암 관련 전문의 5~6명이 환자를 진료하기 때문에 환자 만족도가 높다.
이 단장은 "IBM 왓슨 인공지능 암센터는 인공지능과 다학제 진료의 장점을 결합한 것"이라며 "하지만 인공지능이 정답을 내놓는 것은 아니고 보조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환자의 자료를 입력하면 왓슨 포 온콜로지가 결과를 내놓고 이를 의료진이 다시 한번 점검한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진료의 오류율을 줄이는 게 목표다. 또 인공지능 암센터는 의사 여러 명이 진료하기 때문에 환자와 긴밀한 관계를 통해 진단을 내릴 수 있다.
이 단장은 "왓슨 암센터는 환자에게 100% 유리한 진료"라며 "의료계가 환자 중심 진료를 하는데 큰 역할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왓슨 진료가 아직 완벽하지 않다. 현재 IBM은 8개 암에 대해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아직 의료빅데이터에 대한 정보를 쌓지 못했기 때문이다. 오는 2020년이 돼야 100% 정보를 제공할 전망이다. 실제 가천대 길병원은 왓슨 도입 1주년인 지난해 12월 5일 대장암(결장암) 환자 118명을 대상으로 의료진과 왓슨의 '강력 추천' 분야 의견일치율을 발표했다. 그 결과 이전에 진행된 후향적 연구 결과인 48.9%에 비해 7% 상승한 55.9%의 의견일치율을 보였다. 특히 추천까지 확대하면 의료진과 WFO의 의견일치율이 78.8%에 달했다.
후향적 연구는 지난 2009년 1월부터 2016년 12월까지 대장암(결장암) 환자 656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이 결과에서 '강력 추천' 분야 의견일치율은 48.9%였다.
이 단장은 "의료진과 왓슨이 얼마나 일치하느냐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라며 "불일치가 나오면 의사가 다시 재점검을 하기 때문에 더 정확한 진료가 가능하다는 것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위암의 경우에는 왓슨보다 길병원 의료진이 더 나은 해답을 내놓는다. 위암 환자는 미국보다 우리나라가 많기 때문에 그만큼 선택할 수 있는 치료법이 많다.
이 때문에 국내 왓슨 도입 6개 병원은 지난해 10월 30일 컨소시엄을 만들어 의료 빅데이터를 표준화하는 등 인공지능 발전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단장은 "왓슨 도입병원이 협력해 의료 빅데이터를 지속적으로 모은다면 향후 이를 이용한 독자적인 개발이나 IBM과 협업할 수 있는 방안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며 "특히 위암의 경우에는 원천기술을 확보하는 등 다양한 방법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pompom@fnnews.com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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