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공무원 수험생들이 모여 있는 인터넷 커뮤니티가 들끓었다. 주위에 공무원시험을 준비하는 지인은 메신저 단체방을 통해 분통을 터뜨렸다. 정부의 공무원 채용방식이 원인이었다.
기존에는 변호사 자격증이나 박사학위 소지자 등 동일 분야의 전문.특수경력인 경우에만 호봉으로 인정했다. 그러나 인사혁신처 개정안에 따르면 앞으로는 시민사회단체 경력이 공무원 호봉에 반영된다. 시민단체 경력만 있어도 특수성·전문성을 지닌 변호사, 회계사 등과 동등한 임금상승 혜택을 받는다.
인사처가 내놓은 "사회적 가치를 위해 힘쓴 경력도 인정하자는 취지"라는 해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당장 사회적 가치의 정의가 무엇인지, 성과를 어떻게 측정할 것인지도 불명확하다. 다른 사회활동과 형평성 논란도 불거질 가능성도 크다.
벌써부터 수험생들 사이에선 "시민단체 활동이 공무원 채용을 위해 거쳐가야 하는 필수 스펙이 될 것"이라는 자조 섞인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정치권에선 자유한국당 등 야당이 개정안 철회를 요구하며 공세를 펼치고 있다.
논란은 또 있다. 올해 고용노동부 국가공무원 7급 및 9급 공개채용에서 일반행정직에서 분리된 직업상담직군에서 총 760명이 선발된다. 직업상담사 1.2급의 자격증을 소유한 응시자에게는 7급의 경우 3%, 9급은 5%의 가산점이 부여된다. 자격증만 갖고 있어도 최대 20점의 가산점을 부여받는 것이다. 당락을 뒤집을 수 있는 점수다.
문제는 당장 100여일 앞으로 다가온 공무원시험이다. 올해 가장 빠르게 시험을 봐도 직업상담사 2급 자격증 최종 합격자는 5월 25일에나 발표된다. 4월 예정된 국가직 9급 공채 시험일을 감안하면 직업상담사 자격증은 따고 싶어도 딸 수 없는 셈이다. 일부 공시생은 "고용부 소속 무기계약직 채용을 위한 특혜"라며 강하게 반발했고, 고용부는 "직업상담사 자격증 소지자 중 고용부 소속 무기계약직 비율은 3.27%에 불과하다"고 해명했다.
인재를 채용할 때 전문성을 보겠다는 정부의 결정은 납득할 만하다. 그렇다 해도 누구에게나 공무원 채용의 문은 동등하게 열려 있어야 한다. 수백대 1의 좁은 문을 뚫기 위해 수년간 노력해온 수험생들의 박탈감은 누가 보상해줄까.
공무원 증원은 문재인정부의 핵심 경제정책인 소득주도 성장의 근간이다. 이 과정에서 잡음이 계속 생기면 자칫 정부정책 전반에 대한 불신을 키울 가능성이 있다. 더 설득력 있고 세밀한 정책 접근이 요구되는 때다.
mkchang@fnnews.com 장민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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