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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너는 어디에?” 공연장 꼴불견 ‘관크족’의 습격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1.14 11:51

수정 2018.01.14 11:51

전화, 문자, 스킨십 등 민폐 끼치는 관크족 때문에 공연 관람 힘들어
10명 중 9명 관크 피해 경험 있어.. 규제 없고 개인의 양심과 시민의식에 의존
미국은 공연 중 벨 소리 울리면 최대 50달러 벌금, 일본은 전파 차단기 설치
“관크는 매너의 문제, 너무 민감하게 반응하면 역기능 가져올 수도”
공연장에서 에티켓을 지키는 않는 관크족들이 늘고 있다.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것은 기본이며, 의자를 발로 차거나 진한 애정행각을 벌이는 등 민폐를 끼치는 유형은 다양하다. 10명 중 9명은 공연장에서 관크 피해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삽화=홍선주 기자
공연장에서 에티켓을 지키는 않는 관크족들이 늘고 있다.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것은 기본이며, 의자를 발로 차거나 진한 애정행각을 벌이는 등 민폐를 끼치는 유형은 다양하다. 10명 중 9명은 공연장에서 관크 피해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삽화=홍선주 기자


#. 주말에 모처럼 영화관을 찾은 A(33)씨는 매너 없는 관객 때문에 영화에 집중할 수 없었다. 앞 좌석에 앉은 20대 커플이 영화를 보는 내내 카톡을 보내며 관람을 방해했기 때문이다. A씨는 “참다못해 주의를 줬지만 이미 기분을 망친 후여서 영화에 제대로 집중할 수 없었다”며 “종종 이런 예의 없는 관객 때문에 화가 난다”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14일 주요 인터넷 사이트에는 영화나 공연 등 문화생활을 할 때 에티켓을 지키지 않는 관객들 때문에 불편함을 느낀다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이런 현상을 반영하듯 ‘관크족’이라는 말까지 생겼다.
관객과 크리티컬을 합친 말로 다른 관객의 관람 행위를 방해하는 사람을 말한다.

■대표적 관크족은 스마트폰 사용
관크족이 민폐를 끼치는 유형은 다양하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휴대폰을 켜서 전화나 문자를 하는 행위다. 영화 시작 전 휴대폰을 끄거나 무음으로 하라고 광고를 하지만 속수무책이다.

이 밖에도 의자를 계속 발로 차는 경우, 영화 속 인물의 행동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코멘트를 달거나 다음 장면을 예언하는 경우, 신발을 벗고 앞 좌석에 발을 올려놓거나 냄새나는 음식을 섭취하는 경우도 있다. 더군다나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고 진한 애정행각을 벌이기도 한다.

뮤지컬, 연주회 등에서는 ‘안다 박수’ 때문에 관객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경우도 있다. 안다 박수는 노래나 음악이 끝나기도 전에 터져 나오는 박수로 자신이 안다는 것을 자랑하듯 성급하게 치는 박수를 말한다. 이런 행위는 연주자 혹은 배우와 관객들이 곡의 여운을 느낄 기회를 빼앗는다.

지난 2014년 공연전문 사이트 스테이지톡이 회원 487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중 94%가 관크족 때문에 관람에 피해를 받은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휴대폰 벨 소리가 가장 방해됐으며, 휴대폰 액정 불빛, 대화소리, 음식물 섭취 등이 뒤를 이었다.

2016년 인터파크 조사에서도 결과는 다르지 않았다. 가장 혐오하는 관크는 휴대폰 벨 소리 울림이 30.6%로 가장 많았다. 이어 공연 중에 대화를 나누는 행위 16%, 등받이에서 등을 떼서 뒷사람의 시야를 방해하는 행위 9%, 전자기기에서 새어 나오는 불빛이 8.8%를 차지했다. 전체 응답자 389명 중 374명(96.1%)이 ‘관크’를 경험한 걸 보면 여전히 공연 관람 의식은 부족한 것으로 드러났다.

■해외선 관크족에 벌금까지
그렇다면, 다른 나라들은 ‘관크족’에 대해 어떻게 대처하고 있을까?
중국은 레이저 포인트로 관크족에게 불빛을 비춰 행동을 자제 시키고, 일본은 전파 차단기를 설치해 휴대폰을 사용할 수 없게 차단했다. 미국은 공연장 주변에 ‘휴대전화 사용 금지’ 표지판을 의무화했으며, 공연 도중 벨 소리가 울리면 최대 50달러(약 5만3000원)의 벌금을 물게 했다.

관크족이 늘어나자 전파 차단, CCTV 설치 등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나오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규제가 없고 개인의 양심과 시민의식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다.


순천향대 신문방송학과 원종원 교수는 “관크는 기본적인 매너의 문제이기 때문에 너무 민감하게 반응하면 오히려 역기능을 가져올 수 있다”며 “함께 공감하고 배려와 이해가 동시에 이루어줘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hyuk7179@fnnews.com 이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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