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들이 하루 평균 10번씩 들여다보는 인터넷 사이트. 술자리에서 네가 맞네, 내가 맞네 티격태격할 때 명쾌하게 답을 찾아주는 사이트. 길을 찾을 때도, 사고 싶은 물건이 있을 때도 물어보면 정답을 턱 내놓는 사이트. 이 정도면 그야말로 '국민 인터넷'이라고 부를 만한 사이트. 네이버 얘기다.
사실 네이버의 역할은 일상에서뿐 아니라 산업적으로도 막대하다. 기술 스타트업(창업초기기업)들에 네이버는 투자의 젖줄이고, 함께 일하고 싶은 최고의 파트너다. 전 세계 인터넷을 구글이 지배하지만 유독 한국을 완전히 장악하지 못하는 건 네이버가 버텨주기 때문이다. 인공지능(AI), 자율주행차 같은 신기술 도입에도 늘 한발자국 앞서 한국 기업들에 방향도 제시한다.
그런데 요즘 네이버가 심상찮다.
주변에서 스마트폰 검색창에 네이버를 쓰지 않는다는 사람들이 심심찮게 보인다. 10대 사이에서는 네이버가 낯선 이름이 되고 있다는 말도 들린다.
지난해 12월 유튜브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이용자의 체류시간은 2117만8000시간. 네이버는 1473만6000시간이었다. 지난 2016년 1월에는 네이버의 모바일 앱 이용자 체류시간이 1417만시간, 유튜브는 1030만시간이었다. 요즘 뜬다는 모바일 동영상 시장에서 1년 만에 유튜브에 역전당한 것이다.
국민 인터넷 네이버에 무슨 일이 생긴 걸까. 최근 몇 달 동안 뉴스 배열순서 조작, 검색어 삭제 같은 네이버의 신뢰도에 문제를 제기하게 되는 일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네이버가 조직적으로 일부러 신뢰에 흠이 생길 일을 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일부 직원의 잘못된 판단인 경우도 있고, 외부에서 네이버에 비단 가혹한 잣대를 들이대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문제는 네이버의 대응태도라고 생각한다. 일이 벌어질 때마다 사정 설명을 듣는데 뒤끝이 시원하지 않다. 어려운 기술적 얘기를 잔뜩 섞어 대책을 만들겠다고 하고, 자신들의 우군을 방패로 앞세우기도 한다. 소비자로서는 찜찜함이 남는다.
인텔이나 애플이 그랬다. 전 세계 컴퓨터 사용자들이 해킹 위협을 당할 수 있는 중앙처리장치(CPU) 결함이 발견됐는데 인텔의 반응은 "아직 피해사례도 없다"거나 "왜 나만 갖고 그래"였다. 애플은 "소비자를 위한 것"이라고 항변하더니 배터리 바꿔주는 것으로 일을 끝내겠다고 한다. 결국 소비자들이 화를 냈다.
네이버가 인텔이나 애플의 신뢰도 추락을 뼈아프게 봐줬으면 한다. 변명하지 않았으면 한다. 소비자가 한번에 알아듣기 어려운 기술용어를 써가며 애써 사실을 가리려 하지 않았으면 한다.
올해 소비 트렌드가 '가심비'라고 한다. 조금 비싸더라도 안심하고 믿을 수 있는 소비를 한다는 것이다. 네이버에서 '가심비' 소비를 하고 싶다. 구글 아닌 국민 인터넷 네이버가 흔들리지 않았으면 한다.
이구순 디지털뉴스부장·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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