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타임스(FT)는 9일(현지시간) 미국 헤지펀드 조사업체인 HFR을 인용해 국제 헤지펀드들의 평균 수익률이 지난해 8.5%로 전년(5.4%)보다 3%포인트 이상 늘었다고 전했다. 이는 지난 2013년 이후 가장 높은 수익률이다.
종류별로는 주식형 펀드의 수익률이 가장 두드러졌다. 지난해 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19% 성장했으며 같은 기간 주식형 펀드들의 수익률은 13.2%로 4년 만에 가장 높았다. 그 중에서도 장기 투자에 나선 펀드들이 두각을 나타냈다. 알리바바같은 정보기술(IT) 기업에 투자한 미국 라이트스트리트캐피탈과 웨일락캐피탈은 1년새 각각 38.6%, 36.2%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그밖에 기업공개(IPO)를 집중 공략하는 이벤트 드리픈 펀드들은 6%가 넘는 평균 수익률을 냈다. 기업경영에 적극 개입하는 주주행동주의(액티비스트)펀드도 높은 실적을 거둬 영국 TCI은 28.2%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다만 환율이나 금리 같은 거시경제 분야에 따라 투자하는 매크로 펀드들은 2.3%의 수익률을 나타냈다.
미 해지펀드 운용사 팜코의 스콧 워너 파트너는 "전략적인 면에서 헤지펀드들이 지난해 마침내 돈 값어치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실제로 운용 자산에 투자금이 흘러가고 지속가능한 성과가 나는 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업계에서는 호황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계속될 지에 대해서는 아직 불확실하다고 내다봤다. FT는 2016년에 헤지펀드 시장에서 빠져나간 금액이 700억달러지만 지난해 1~9월사이 새로 유입된 자금은 29억달러(약 3조1027억원)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워너 파트너는 "신규 자금을 투입하는 대형 투자자 수요가 안 보인다"면서 "대신 수익실현 압력이 높다"고 평가했다. FT는 현재 헤지펀드들이 일반적으로 운용 수수료 2%, 성과에 따른 추가 수수료 20%를 받는 상황에 불만을 품은 투자자들이 적지 않다고 분석했다. 다국적 헤지펀드 컨설팅업체 에이지크로프트파트너스의 돈 스테인브루그 파트너는 관련 투자 보고서에서 올해도 헤지펀드에 자금에 들어오겠지만 문을 닫는 펀드들이 많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는 "헤지펀드 업계가 과포화 상태에 빠졌고 전체 약 90%의 펀드들은 수수료 값을 제대로 해내지 못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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