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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 규제, 강남 잡으려다 목동·상계동에 불똥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1.19 15:06

수정 2018.01.19 15:07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부동산시장 안정을 위해 재건축 연한 확대와 안전진단 강화 카드를 꺼내 든 가운데 시장에서는 주 타깃인 강남 보다는 목동과 상계동이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 지역 아파트들은 올해 재건축 연한인 준공 후 30년을 맞게 되는데 기준이 40년으로 늘어날 경우 추가로 4년을 더 기다려야 한다. 전문가들은 이들 아파트에 대한 수요둔화를 예상하면서도 기존 재건축과 새 아파트의 가격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내놨다.

■강남 잡으려다 목동·상계동에 불똥
19일 서울특별시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조례에 따르면 재건축 연한이 40년으로 확대되면 준공연도에 따라 사업 일정이 최소 4년에서 10년까지 지연된다. 공동주택의 경우 '22+(준공연도-1982)×2년'으로 연한이 정해지는데 1988년 준공 아파트의 경우 34년이어서 현재 기준으로는 올해 재건축이 가능하다.
1988년과 34년을 더하면 2022년이지만 재건축 연한인 30년을 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연한이 40년으로 확대되면 4년이 늘어나 2022년으로 허용시점이 늦어진다.

같은 방식으로 재건축 연한이 40년이 될 경우 1989년 준공 아파트들은 2019년에서 2025년, 1990년 준공 아파트는 2020년에서 2028년, 1991년 준공 아파트는 2021년에서 2031년으로 허용시점이 밀리게 되는 구조다.

양지영 R&C연구소장은 "재건축 연한이 40년으로 늘어나면 올해 30년을 맞은 목동과 상계동 노후 아파트들이 가장 타격을 받게 될 것"이라며 "강남 재건축을 잡겠다는 의도와는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서울에서 준공후 20년 이상 30년 미만 아파트는 총 1249곳이다. 강남4구에서는 강남구에 103곳, 강동구 54곳, 서초구 90곳, 송파구 81곳 등 총 328곳이 있다. 30년 이상 40년 미만 아파트의 경우 서울 전체 379곳중 161곳이 강남 4구 지역이다.

■"단기적 수요둔화" vs "기존 아파트 급등"
재건축 연한 확대와 안전진단 강화는 초기 수요를 억제해 집값급등 원인을 조기에 차단하겠다는 포석이다. 여기에 초과이익환수, 전매 제한과 함께 분양가상한제까지 시행되면 재건축은 4중 규제가 적용된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재건축 초기단계 아파트들은 실망이 늘면서 수요가 둔화될 것으로 본다"면서 "다만 장기적으로 효과를 보려면 시장에게 정책 신뢰감을 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재건축 규제로 인한 부작용 우려도 제기됐다.

김태섭 주택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과거 참여정부 때도 재건축 규제를 촘촘하게 했지만 이를 피해가는 단지들은 가격이 올랐다"면서 "안전진단을 통과한 단지들이나 새 아파트의 가치가 상대적으로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이어 "재건축을 차단해 수요를 줄이겠다는 구상인데 표면적으로는 설득력이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규제가 시장상황과 엇갈린다는 지적도 나온다.


양지영 연구소장은 "최근 강남 아파트 가격을 끌어올린 주체는 재건축이 진행중인 곳들이지 시작하려는 단지가 아니다"면서 "초기진입 규제로 엉뚱한 곳이 피해를 볼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cynical73@fnnews.com 김병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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