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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명준박사의 파생상품 이야기] 미국 9·11 테러와 한국의 주가지수 풋옵션 가격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1.28 19:24

수정 2018.01.28 19:24

[차명준박사의 파생상품 이야기] 미국 9·11 테러와 한국의 주가지수 풋옵션 가격

콜옵션 매수자는 기초자산가격이 상승하면 이익을 보고, 풋옵션 매수자는 기초자산가격이 하락하면 이익을 얻는다.

주식시장에서 주가가 급등하는 경우는 드물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악재가 발생하면 주가는 급락한다. 따라서 주식관련 콜옵션가격이 급등하는 경우는 드물고, 반대로 풋옵션 가격이 폭등하는 사례는 종종 발생한다.

풋옵션 외가격(OTM) 중 일부 행사가격은 '로또(?)'가 되는 경우도 있어 개인투자자들이 좋아한다.


실제로 지난 1997년 12월 한국의 외환위기, 2001년 미국의 9.11테러, 2008년 9월 글로벌 금융위기, 2012년 9월 남유럽 재정위기 악화 등이 터졌을 당시 한국의 주가지수옵션시장에서 풋옵션은 대박이 나기도 했다.

2001년 9월 11일 미국 현지시간으로 오전 8시 45분(한국은 11일 오후 9시 45분) 세계 금융 중심지인 뉴욕 맨하탄의 세계무역센터 상둥이빌딩 가운데 북쪽 빌딩에 여객기가 충돌한다. 21분 후인 9시 6분에는 남쪽 빌딩에 다른 여객기가 충돌한다. 그리고 오전 9시 15분 미국은 주식시장과 선물 및 옵션 시장의 거래를 중단한다. 거래 중단은 4일 간이나 지속됐다.

밤새 미국에서 날아온 비보로 9월 12일 한국의 금융시장은 패닉에 빠졌다. 코스피지수와 코스피200지수, 9월물 선물가격의 시초가가 갭 하락하며 장이 시작됐다. 서킷브레이크가 발동됐다. 그날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65P(-12%) 갭 하락한 490포인트로 시작, 종가는 475포인트를 기록했다. 9월물 선물가격은 5.0P 갭 하락으로 출발했다가 추가로 떨어지면서 8.0P 하락한 채 장을 마감했다. 코스피200지수는 전날 66.55에서 이날 58.59로 끝났다.

풋 OTM 가운데 일부는 상한가로 마감했다. 당시 Deep OTM이었던 9월물 풋옵션 행사가격 62.50은 11일 0.01(1000원)이었는데, 12일 종가는 5.05(50만5000원)였다.

하루 만에 505배(5만500%) 상승한 것이다. 같은 Deep OTM인 행사가격 60.0은 11일 0.01에서 12일 3.00으로 300배 올랐다. 반면, 11일 내가격(ITM)이었던 풋 행사가격 67.50은 11일 1.40에서 12일 6.3배 오른 10.20으로 장을 마감했다.

같은 달 13일은 주가지수선물, 주가지수옵션, 개별주식옵션의 만기가 동시에 겹치는 한국의 트리플위칭데이였다.

미국의 테러에도 12일 밤 유럽 주식시장의 대폭락은 없었고, 미국이 4일 간 거래를 정지시켜 만기일 한국시장은 보합수준에서 시작됐다.

ITM의 풋옵션의 가격 하락폭은 적었지만 12일 상한가를 쳤던 일부 OTM은 장 시작부터 하한가로 시작해 휴지조각이 되기도 했다.

13일 코스피지수의 종가는 499포인트, 코스피200지수는 61.58로 마감했다. 권리가 행사된 9월물 풋 62.50은 전일 5.05에서 1.80으로, 풋 67.50은 전일 10.20에서 6.80으로 마감한 반면, 행사되지 못한 풋 60.00은 전일 3.00에서 0.07로 끝났다.


당시 풋 62.50을 1000원에 사서 50만5000에 매도, 이익을 실현한 투자자가 있을까. 통계는 통계일 뿐이다. 요즘 한국의 가상화폐 '광풍'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개인들이 즐겨하는 OTM 매수전략에는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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