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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버스 날개' 英 50년 아성 무너지나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2.01 17:34

수정 2018.02.01 17:34

정교한 기술필요 날개부품 英 70년대부터 독점 제작
브렉시트로 항공사 비용늘어 佛.獨 등 7國 에어버스에 구애
'에어버스 날개' 英 50년 아성 무너지나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로 인해 영국이 50년 동안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했던 에어버스의 날개 제작 사업에서 주도권을 빼앗길 처지가 됐다. 에어버스 구매국들이 서로 유치경쟁을 벌이고 있다.

브렉시트가 영국의 대표적인 산업인 금융 뿐만 아니라 수만명에 이르는 고부가가치, 정밀기계공업 일자리마저 날릴 판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소식통들을 인용해 브렉시트 이후를 대비해 벌써부터 에어버스에 날개 제작권을 달라고 요구하는 나라들이 최소 7개 국에 이른다면서 영국의 날개 제작 사업이 불투명해졌다고 보도했다.

에어버스가 개발에 들어간 폭이 좁은 차세대 A320 날개 제작 플랜트를 유치하려는 나라들은 프랑스, 독일, 스페인 등 EU 소속 3개국과 미국, 중국, 그리고 멕시코와 한국 등 7개국이라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항공기 날개는 항공기에서 가장 복잡한 부품으로 영국은 관련 핵심 기술 유출을 막기 위해 노심초사해왔다.

영국은 2차대전 당시에도 연합군 항공기 날개를 제작해왔고, 1970년 에어버스 구상 단계에서부터 날개 제작을 독점하다시피해왔다.

그러나 브렉시트는 이같은 영국의 독점적 날개제작을 위협하고 있다.


브렉시트로 영국과 EU간 무관세, 자유로운 국경 이동이 제한받게 되면 항공기 완성품을 조립하는 독일, 프랑스로 날개가 이동하거나 스페인 등에서 만든 부품이 영국으로 들어갈 때 추가 비용과 시간이 필요해진다.

에어버스 구매국들이 자국 공정 확대를 요구하는 것과 맞물려 영국에는 매우 불리한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다.

특히 독일 정부는 독일의 작업분담 비율이 A350 같은 주요 프로그램에서 불공정하게 낮다면서 에어버스에 대한 대출 일부를 보류하는 방법을 통해 에어버스를 압박하고 잇다.

이런 가운데 에어버스는 온전히 합성섬유로 만들어져 연료 소모를 30% 줄일 것으로 기대되는 차세대 A320 날개를 영국 이외 지역에서 만들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톰 엔더스 에어버스 최고경영자(CEO)도 날개제작이 영국에 독점적인 것은 아니라고 못박았다.

엔더스 CEO는 1월 15일 영국 항공.방산 경영진들이 모인 자리에서 "에어버스의 최대 의무는 (특정 국가에 대한 약속이 아니라) 회사와 (관련)산업의 국제 경쟁력을 최고로 끌어올리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스페인은 날개제작 분산에서 좀 더 유리한 위치에 있다. EU 회원국인데다 지금도 영국에서 제작되는 A350 날개 부품을 만든다.

에어버스 완성품 대부분을 생산하는 독일과 프랑스는 에어버스에 직접 압력을 가하고 있고, 지난해 인도된 에어버스의 25%를 구매한 최대 고객 중국은 톈진 공장 작업물량을 늘리라고 에어버스에 요구하고 있다.

톈진 공장에서는 날개 일부를 제작하고, 매달 폭이 좁은 2열식 항공기 넉대씩을 조립한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는 이미 A320 날개 패널을 만들고 있어 이런 면에서 유리하다.

2년전 6억달러를 들여 문을 연 미 앨러배마주 모빌의 에어버스 공장은 A320 공장이다.

엔더스 CEO는 브렉시트 이후에도 영국은 에어버스의 고향으로 중요한 역할을 이어갈 것이라면서도 그렇다고 "영원히 낭떠러지 위를 걸을 수는 없다"면서 "브렉시트는 영국 산업을 약화시키고, 영국 항공산업 역시 약하게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영국 에어버스 공장에는 전체 에어버스 인력의 10%에 이르는 1만5000명이 일하고 있다. 에어버스는 웰시의 에어버스 날개 공장은 2차대전 당시부터 날개를 제작한 가장 생산성이 높은 공장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필턴에서는 에어버스 날개 대부분이 설계된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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