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서민금융'실천 두팔 걷어"
신입 행원들에게 가장 큰 고비는 영업지점에서 보내는 첫 1년이다. 업무를 익힐 새도 없이 수많은 고객과 마주치면서 신입 행원들은 두려움과 막막함을 느끼고, 결국은 간혹 퇴사로 이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은행 디지털전략부 이현준 행원(33.사진)은 이 시간을 두고 "정말 즐거웠다"고 말했다. 지난 2014년 입행한 그는 수서지점에서 첫 2년을 보냈다. 그가 기억하는 수서지점은 대기고객이 늘 30~40여명쯤 되는, 꽤 바쁜 지점이었다.
"다양한 고객과 만나 이야기하고, 제가 그분들께 도움이 된다는 사실 자체가 매우 기뻤어요. 1년은 수신 창구, 1년은 기업영업 창구에서 일했는데 둘 다 재미있었죠."
내공이 남다른 그에게는 특별한 경력이 있다. 대학교 졸업반 시절 의류쇼핑몰 사업을 해 대박을 냈던 게 그것이다.
"1만5000원짜리 티셔츠를 해외에서 들여와 2만~3만원에 파는데 매출이 하루가 다르게 급증했어요. 의상학과 후배들과 1500만원으로 시작한 쇼핑몰 사업이 생각보다 너무 잘된 거죠. 창업 첫 시도에 성공한 탓에 결국 나태해졌고, 사업을 접게 됐는데 큰 교훈을 얻은 셈이죠."
그 후 취업전선에 나선 그를 기다리는 것은 100여개의 불합격 통지였다. "6개월 동안 100개 넘는 곳에 원서를 내고 시험을 봤습니다. 어디라도 붙어야 한다는 절박한 심정으로요. 어렵게 들어온 직장인 만큼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역량을 쏟아부어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은행에 들어오기 전만 해도 '은행 업무=대출'이라는 선입견이 있었다. 하지만 그가 지금 몸담고 있는 디지털전략부는 블록체인과 인공지능(AI) 등 4차 산업혁명을 준비하는 곳이다. 입사할 때만 해도 은행에 들어와 이런 일을 할 줄 몰랐다는 게 이 행원의 솔직한 소회다.
"디지털전략부는 다른 부서와 달리 정해진 업무가 없습니다. 자기 스스로 일을 찾아서 만들어야 하고, 직급이 낮아도 좋은 아이템이 있다면 직접 기획해서 올릴 수가 있어요. '셀'로 불리는 작은 팀별로 일을 하는데 마치 벤처기업처럼 저희만의 사업을 꾸려가는 기분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그의 꿈은 디지털뱅킹으로 많은 이들이 더 편하게 은행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이다. 창업과 취업을 거치며 직업인으로서는 단단해졌지만 그 속에는 '사회에 이바지하고 싶다'는 순수한 꿈을 간직하고 있다.
"한때 행정고시를 준비할 때도 매주 어르신들께 책을 읽어드리는 봉사활동을 했습니다. 몸이 불편하신 분이나 은행의 도움이 정말 필요한 분들에게 힘이 되는 그런 은행원이 되고 싶습니다."
wild@fnnews.com 박하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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