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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치단체장에 듣는다] 남명 조식 선생을 생각한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2.06 16:59

수정 2018.02.06 16:59

[자치단체장에 듣는다] 남명 조식 선생을 생각한다

어느 시대에나 그 시대를 관통하는 시대정신이 있다. 근대화와 산업화, 민주화가 지난 시절 우리의 시대정신이었다면 지금의 시대정신은 통합과 정의, 나아가 국민을 사랑하고 국가를 사랑하는 마음과 실천이라는 생각이 든다.

민본주의와 정의, 실천사상을 일찍부터 주창한 분이 남명(南冥) 조식(曺植) 선생(1501∼1572)이다. 경상우도의 유학을 대표하며 퇴계 이황 선생과 16세기 조선 지성사의 양대 산맥을 이루었던 분이다. 그는 평생 벼슬에 나가지 않고 경의(敬義)를 중심으로 실천사상을 연구하고 교육했다. 경(敬)은 공경하는 마음이고 경건한 마음이다. 경건한 마음으로 자신과 타인을 대하는 것이다. 백성을 하늘로, 백성의 마음을 천심으로 삼는 민본주의, 백성을 사랑하는 마음을 국가의 근본으로 생각한 것이다.
의(義)는 의로움이고 정의다. 그는 백성들이 정당한 몫을 갖기를 원했고 국가가 위기에 처했을 때 사회지도층이 앞장서기 바랐다. 선비정신을 강조했던 것이다.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의병을 일으킨 사람들, 내암 정인홍과 망우당 곽재우 등이 모두 그의 수제자였다. 국가적 위기 앞에서 말을 앞세우지 않고 목숨을 내걸고 실천했다.

인조반정으로 남명의 수제자였던 내암 정인홍이 참수를 당하고 역적으로 낙인 찍히면서 남명 선생은 잊혀졌고 연구도 거의 없어졌다. 그러나 남명의 정신은 경남 사람들의 혈맥 속에 면면히 이어져왔고, 3.15 의거와 부마민주항쟁으로 표출되면서 이 땅의 민주화에 기여했다. 백성을 사랑하고 국가를 사랑하고 그것을 실천으로 옮긴 것이 남명정신의 요체다. 경의와 실천, 애민과 애국을 중시한 남명 조식 선생은 오늘날 국가의 큰 스승, 큰 사상가로 손색이 없다.

경남도는 남명사상을 실천적으로 되살리기 위해 여러 가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남명사상을 도민들의 시대정신으로, 나아가 국민들의 시대정신으로 만들어 가려 한다. 선비문화 진흥조례를 제정하고 전문가와 공무원이 함께 참여하는 민관협의체를 구성해 세미나를 개최하고 있다.

경상대 남명학 연구소와 한국선비문화연구원을 중심으로 남명과 유교문화을 체계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남명사상의 대중화를 위해 남명 선생에 관한 오페라를 제작하고 유.아동용 도서도 발간하고 있다.

산청군에 있는 선비문화연구원에서는 각종 맞춤형 연수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산청과 합천.하동.김해 등에 있는 선생의 자취를 좇아 남명선비순례길도 조성하고 가을에는 남명선비문화축제를 열어 남명과 유교문화를 새로운 문화.관광자원으로 만들어 가고 있다.

경북의 유교문화축제와 경남의 선비문화축제를 연계 협력하고 공자의 고향인 중국 산둥성 곡부에서 개최되는 세계유학대회에 참가하는 등 한.중.일 유교문화 교류 활성화를 통해 남명사상의 세계화도 기획하고 있다. 온고지신(溫故知新), 법고창신(法古創新)의 지혜로 남명을 온전히 되살려 국민들에게 돌려드리고자 한다.

남명은 장자 소요유에 나오는 말로 '대붕이 이르려는 남쪽 바다'라는 의미다, 남명은 말년에 지리산이 보이는 산청군 단성면 산천재에 칩거하며 후학을 키웠다.
"저 천석들이 종을 보라/ 크게 치지 않으면 울리지 않는다/ 어찌하면 지리산처럼/ 하늘이 울어도 울지 않을 수 있을까"라며 장엄한 지리산을 닮고 싶어했다. 이제 입춘도 지났으니 오래지 않아 봄이 오고 꽃이 필 것이다.
따뜻한 남쪽바다로 꽃피는 지리산으로 오셔서 남명을 느끼고 배우시길 권한다.

한경호 경남도지사 권한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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