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이퍼 텐트럼(긴축에 따른 과민반응)'
선진국의 양적 완화 축소 정책이 신흥국의 통화 가치와 증시 급락을 불러오는 현상을 의미하는 용어다. 지난 2013년 벤 버냉키 전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의 양적완화 축소 발언에서 '테이퍼 텐트럼'이 시장에서 현실화되기도 했다.
지난 5일(현지시간) 미 연준이 올해 기준금리를 4차례 인상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미 증시가 폭락했고 이에 영향을 받은 신흥국 증시와 통화가치도 조정 받았다. 이에 따라 테이퍼 턴트럼이 현실화에 대비한 한국은행의 움직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국내 경기 상황이 뒷받침되지 않다보니 한은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늘어난 위험자산과 저물가 상황이 한은이 기준금리 등을 움직일 수 있는 운식 폭을 좁히고 있는 것이다.
■커진 위험자산, 커지는 우려
7일 금융시장과 한은에 따르면 미국이 올해 4차례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기존에는 3차례 인상전망이 우세했다. 미국의 통화정책 정상화 속도가 빨라지면서 '테이퍼 텐트럼'의 우려가 나온다.
한은이 지난달 18일 개최한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에서 A 금통위원은 "주요국의 통화정책 정상화가 더욱 진전된다면 2013년 테이퍼 탠트럼 당시와 같이 신흥국에서 자본이 대거 유출되면서 국제금융시장의 불안이 재현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고 밝혔다.
'테이퍼 텐트럼'에 대응 차원에서 한은도 통화정책 정상화를 빠르게 가져갈 필요가 있지만 결정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주식시장 등과 같은 위험자산이 금리인상에 따른 조정압력을 견딜 수 있을 지가 미지수기 때문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코스피와 코스닥을 합산한 거래소 시총은 1조7718억 달러를 기록했다. 지난 2016년 말 1조2822억달러보다 38.19% 증가한 값이다. 저금리 시기 풀린 유동성 자금이 주식시장 등과 같은 위험자산으로 몰렸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지난 금통위에서 한 위원은 "서울지역의 주택가격 상승이 최근 코스닥 강세, 가상통화 열풍 등과 마찬가지로 그간 금융의 온화기조(긴축이 아닌 유동성을 풀어주는 기조를 의미)가 장기화되면서 경제주체들의 위험선호 경향이 증대된 데 따른 것은 아닌지 생각해 봐야 한다"고 언급했다.
외부에서도 위험자산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최배근 건국대 교수는 "미국 금리 인상이 미국 증시에 부정적으로 작용하면 글로벌 투자자금이 포트폴리오 재조정이 생긴다"며 "선진국 자금이 위험자산인 주식에서 빠지기 때문에 우리 증시도 빠지게 되는 것이다. 여기에 (미국과) 국채금리까지 벌어지면 더 빠져 나간다"지적했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한은이 금리가 어느 정도 속도로 올리느냐에 관건"이라면서도 "경기 상황이 반영되지 않은 상황에서 금리가 올라간다면 위험자산에 충격이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걸림돌 된 낮은 물가 상승률
결국 한은이 통화정책 정상화에 속도를 내기 위해서는 국내 경기가 중요하다. 특히 물가 상승률 개선 이뤄져야 한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보면 지난해 10월부터 물가안정목표치(2%)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10월에는 1.8%를 기록했고 11월 1.3%, 12월 1.5%에 그쳤으며 지난달에는 상승률은 1.0%에 불과했다.
김천구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금리 인상은 국내 경제지표가 동반이 돼야 한다"며 "아직 물가 수준이 기준금리를 빠르게 올려야 할 상황은 아니다. 향후 지표를 보고 결정할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변수는 최저임금에 될 수 있다. 올해 16.4% 인상된 최저임금 인상이 짧게는 3개월, 길게는 6개월 이후에 물가에 본격 영향을 줄 전망이다. 최저임금으로 물가가 예상보다 높아진다면 한은도 금리 인상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최저임금에 의한 물가 인상을 금리 인상의 근거로 삼아서는 안 된다는 의견도 있다.
성태윤 교수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고용부분에 타격으로 나타나고 있는데 최저임금에 의한 물가 압력은 통화정책에 의한 물가 압력이라고 볼 수 없다"며 "최저임금에 의한 물가 인상으로 보고 통화정책을 펴는 것은 경제 타격으로 연결될 수 있다"고 말했다. coddy@fnnews.com 예병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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