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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백 이어 옷걸이까지?".. '샤넬 옷걸이' 찾는 사람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2.09 09:38

수정 2018.02.09 10:10

명품 갖기 어려운 사람들 '파노플리 효과' 대체재로 옷걸이 주목
부담 없는 가격으로 만족감 얻는 '가심비' 소비라는 분석도
종이백(Bag)에 이어 옷걸이까지 명품 대접을 받고 있다. 일각에선 간접적으로나마 파노플리 효과를 느끼기 위해서란 분석을 내놓는다.
종이백(Bag)에 이어 옷걸이까지 명품 대접을 받고 있다. 일각에선 간접적으로나마 파노플리 효과를 느끼기 위해서란 분석을 내놓는다.

#대학생 A(23)씨는 최근 샤넬 로고가 박힌 옷걸이를 하나 샀다. 경제력이 없어 핸드백이나 옷을 명품으로 살 순 없지만 ‘브랜드’ 자체를 갖기 위해서다. A씨는 “중요한 건 가방이 아니라 가방에 박힌 로고”라며 “명품 옷걸이를 쓰면 그 브랜드를 소유했다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9일 주요 인터넷사이트에 따르면 종이백(Bag)에 이어 옷걸이까지 명품이 인기를 얻고 있다. 명품 브랜드 로고가 박힌 옷걸이들이 중고 장터에서 비싼 값에 거래되고 있는 것. 일각에선 간접적으로나마 파노플리 효과를 느끼기 위해서란 분석을 내놓는다.
파노플리 효과란 명품을 구입한 사람이 상류집단·계층에 대한 소속감을 갖는 심리를 말한다.

이런 옷걸이 대다수는 샤넬, 프라다, 몽클레어 등 인지도가 높은 명품 브랜드다. 정품은 아니지만 로고가 박힌 제품이나 정장커버 역시 심심찮게 거래된다.

실제 네이버, 구글, 인스타그램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명품 옷걸이’, ‘샤넬 옷걸이’ 등을 검색하면 관련 제품을 판다는 글을 쉽게 찾을 수 있다.

명품 옷걸이는 보통 1만5000원, 비싸면 3만5000원 정도에 거래된다. 하지만 1000~1500원 남짓한 일반 옷걸이와 다를 바 없는 모양새, 재질에 명품 브랜드 로고가 붙은 게 전부다. 10배 이상의 명품 프리미엄이 더해진 셈이다. 정장커버 역시 3만~4만원에 거래된다.

콘셉트 사진을 찍으려는 쇼핑몰 관계자 뿐 아니라 개인 구매자들도 인테리어 소품, 실제 옷을 걸어두려는 목적으로 명품 옷걸이를 자주 찾는다. 한 인터넷 쇼핑몰에서 2014년 12월에 쓴 ‘샤넬 스타일 옷걸이’ 판매 글에는 지금까지 구매문의가 올라올 정도.

이런 현상도 결국 명품을 선호하는 소비성향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한 구인구직 포털사이트가 20대 회원 2097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수입명품을 사는 데 우호적으로 답한 사람이 61.4%였다.

반면 소비자원 조사에서는 응답자 81.2%가 ‘수입명품이 비싸다’고 답했다. 명품을 사기가 경제적으로 부담스러운 이들이 옷걸이를 대체재로 봤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몇 년 전 명품 종이백이 1~2만원에 거래돼 세간의 도마에 오른 것과 유사하다.


다만 과시욕보다는 자기만족에 가깝다는 게 전문가의 시선이다. 연세대학교 심리학과 이동귀 교수는 “‘파노플리 효과’와 더불어 가격 대비 행복을 느끼는 ‘가심비’ 등 복합적인 소비패턴이 반영된 걸로 보인다”며 “명품 종이백이 과시의 수단이었다면 이런 옷걸이는 자기만족을 위한 소비로 봐야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또 “예를 들어 아끼는 옷을 보관할 때 유명 브랜드의 옷걸이를 사용한다면 크게 부담 없는 가격으로도 정리 자체에 만족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smw@fnnews.com 신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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