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관계개선 의지 과시.. 이방카 파견도 고려한 포석
美에 대화 공 넘기려는 의도.. 김여정.이방카 접촉은 없을 듯
美에 대화 공 넘기려는 의도.. 김여정.이방카 접촉은 없을 듯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혈육인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 평창동계올림픽에 참여하게 돼 남북 대화 및 북·미 관계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북한의 김일성.김정일.김정은 일가를 이르는 '백두혈통' 중 김여정이 처음으로 방남하게 돼 북측 고위급 대표단의 무게감이 높아졌다.
북한은 7일 통지문에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위원장을 단장으로 하는 고위급 대표단 3명이 김여정 부부장, 최휘 국가체육지도위원회 위원장,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이라고 밝혀 핵심 실세를 포진시켰다.
■백두혈통 중 첫 방남
전문가들은 김여정의 이번 평창올림픽 참석으로 김정은이 안 내려왔지만 거의 김정은급을 내려보냈다는 분석이다. 이는 김정은이 남북 정상 간 소통을 염두에 두고 남북 관계 개선의 진정성을 대내외에 과시하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조봉현 IBK경제연구소 박사는 "최룡해 노동당 부위원장 정도로 예상했는데 실질적으로 더 무게 있는 김여정을 보낸 것"이라며 "김정은 여동생이어서 (북에서) 간접적으로 김정은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힘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김여정을 파견한 데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장녀 이방카를 평창올림픽 폐막식에 파견하기로 결정한 것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김영남과 김여정은 이번 대표단의 활동을 좌우할 실세 역할을 할 것이다.
청와대도 북측이 발표한 평창올림픽 고위급 대표단 명단에 김여정이 포함되자 "이번 대표단은 올림픽 축하와 함께 한반도의 긴장을 완화하려는 북쪽의 의지가 담겨 있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정부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영남, 김여정 등이 만나는 회담의 의제와 형식 등을 판문점 연락채널로 협의하고 있다. 늦어도 8일에는 구체적 안이 나올 것이란 설명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기자들에게 "김영남이 혼자 올 때보다는 훨씬 더 비중 있는 역할을 가지고 올 것"이라며 "대화를 나눌 때도 훨씬 더 무게감 있는 이야기가 오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북·미 외교전에 영향 미칠듯
김여정은 평창올림픽 북·미 간 외교전에도 영향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은 김정은과 백두혈통으로 관련된 김여정을 보내 적어도 미국에 어느 정도 부담을 주는 모양새다. 미국이 북한의 비핵화 조건이 아닌 대화를 전적으로 거부하는 상황에서 공을 미국에 넘기는 의도로도 보인다. 우정엽 세종연구소 연구위원은 "김여정은 김정은에게 직접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통로"라며 "미국도 김여정이 온다면 뭔가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의견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통일부는 김여정의 파견은 다른 외국 정상 가족들이 축하 사절단으로 파견되는 사례도 함께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김여정(9~11일)과 이방카(평창올림픽 폐막식 참석)의 일정이 맞지 않아 직접 접촉은 이뤄지지 않겠지만 북·미 집권자의 실세 가족이 찾는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북한과 접촉은 없을 것이라던 미국도 북·미 접촉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며 미묘하게 입장을 바꾸고 있어 주목된다.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6일(현지시간)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북한 인사들의 만남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지켜보자"고 말했다. 전날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부 장관, 마이크 펜스 부통령도 "무슨 일이 일어날지 지켜보자"며 여지를 남겼다.
한편 펜스 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7일 일본 도쿄 총리관저에서 만나 강력한 미.일 동맹으로 북한 문제에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아베는 북한의 핵.미사일 관련 한.미.일 공조로 압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우 연구위원은 "미국은 북한이 평창올림픽에 참가하는 것과 제재.압박은 무관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며 "일본은 이 같은 미국의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하는 것이라 이미 예상된 것"이라고 말했다.
lkbms@fnnews.com 임광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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