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진하면, 대게만 떠올리는 당신에게..200년동안 바다만 바라본 팽나무와..까치와 후포리 3인방을 소개합니다
울진하면, 대게가 최고라는 당신에게.."다리통이 실한게, 대게는 지금이 딱 제철이지예"
울진하면, 대게가 최고라는 당신에게.."다리통이 실한게, 대게는 지금이 딱 제철이지예"
【 울진(경북)=조용철 기자】 깊은 골짜기와 새파란 동해를 품고 있는 경북 울진은 태백산맥 준령에 가로막혀 '등허리 긁어 손 안 닿는 곳'이라는 옛말이 있을 정도로 도서 지역을 제외하곤 서울서 가장 먼 곳 중 하나다. 그래서인지 울진은 원시(原始) 그대로의 풍광이 즐비하다. 천연기념물인 수달과 산양 등 야생 동.식물의 서식지로 유명한 금강 소나무숲길을 비롯해 관동팔경에 속하는 월송정과 망양정 뿐 아니라 촛대바위, 후포갓바위, 죽변등대, 하트해변 등 바다 풍광과 어우러진 볼거리가 풍부하다. 탁 트인 쪽빛 바닷길을 감상하는 것은 덤이다. 여기에 덕구계곡, 왕피천계곡, 불영계곡, 신선계곡 등 마음과 몸이 힐링되는 명소도 여럿이다. 이맘 땐 대게와 홍게가 제철이라 먹거리도 풍부하다. 울진이 좋은 것은 자연풍광 뿐만이 아니다. '공포의 외인구단'으로 유명한 만화가 이현세와 SBS 예능 프로그램 '백년손님'의 남서방(내과의사 남재현)은 얼핏보면 서로 연관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중요한 공통점이 있다. 울진은 만화가 이현세의 제2의 고향이자 남서방의 처갓집이 있는 곳이다. 그런 연유로 이곳에는 두 사람을 테마로 한 벽화마을이 조성됐는데, 이 벽화마을 덕에 여행객들의 발걸음이 늘어나고 있다.
까치와 엄지를 만나는 곳 매화면에 ‘이현세 만화 벽화거리’
경북 울진군 매화면에 가면 인기만화 '공포의 외인구단' 주인공 까치가 커다랗게 그려져 있는 긴 벽이 있다. 그 옆엔 영원한 맞수 '마동탁'이 까치와 엄지를 노려보고 서 있다. 이현세 만화 벽화거리는 매화면사무소 앞에서 복지회관 앞까지 총길이 250m로 이어져 있다. 전체 담장엔 이현세 작가의 작품에서 발췌된 만화가 50컷 이상 그려져 있다. 이현세 만화 벽화거리는 지난해 12월 26일에 준공됐다.
벽화거리 담벼락엔 '떠돌이 까치', '아마게돈', '남벌', '블루엔젤', '천국의 신화' 등 이 작가의 만화 속 명장면이 재현돼 있다. 작품 하나하나마다 풍기는 느낌이 추억을 자극한다. 벽화 중간중간에 쓰인 "잘 노는 사람이 문화를 만든다", "호기심이 없다면 인생은 아무것도 아니다" 등의 문구는 이 작가가 평소 독자들에게 전하는 메시지로 이 마을을 찾는 어린이, 청소년들에게 만화를 통한 새로운 볼거리와 꿈꿀 수 있는 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뜻 깊다.
울진에 이현세 만화 벽화거리가 등장한 배경은 울진이 이 작가의 할머니와 아버지가 정착한 곳이어서다. 지금도 이 작가의 친척이 살고 있다. 이 작가가 태어난 곳은 얼마전 지진이 난 경북 포항 흥해읍이고 학교는 경주에서 다녔다. 그래서 이 작가는 "내 고향은 모두 세 곳인데 울진도 그중 하나"라고 주변에 늘 말하고 다닌다.
울진군은 앞으로 대구 '김광석 길'처럼 이현세 만화 벽화거리를 조성해나갈 예정이다. 만화 벽화거리에 그려진 모든 그림은 이 작가의 문하생 20여명이 40여일간 그렸다. 울진군은 만화 벽화거리에 있는 매화작은도서관도 매화 만화도서관으로 리모델링한 뒤 만화 500여권과 책 500여권 총 1000여권의 도서를 갖췄다.
낙조가 아름다운 후포리.. 백년손님 ‘남서방’의 처가마을
울진 최남단에 위치한 후포는 원래 '비단처럼 아름다운 포구'라는 뜻의 '휘라포(輝羅浦)'로 불렸다고 한다. 고운 비단처럼 눈부시게 빛나는 후포의 바다를 바라다 보고 있으면 나쁜 생각이 들지 않는다. 마음도 덩달아 즐겁고 부드러워진다. 먹거리만 풍성한 줄 알았던 소박한 어촌마을은 이제 볼거리도 많아져 울진을 대표하는 관광지가 됐다.
후포등대와 후포 벽화마을은 후포4리에 위치해 있다. 후포는 동해의 황금어장이지만 그동안 대중적으로 크게 알려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예능 프로그램 '백년손님'에 남서방의 처갓집이 소개되면서 지금 후포리는 전국민이 아는 가장 유명한 어촌마을 중 하나가 됐다.
후포리가 '백년손님'의 촬영지로 인기를 얻으면서 이곳에도 벽화마을이 조성됐다. 유쾌하고 구성진 입담으로 시청자의 사랑을 받았던 후포리 세 할머니와 남서방 및 그의 처가 어르신들까지 마을 곳곳 벽과 정자에 그림이 그려졌다. 후포리의 어르신들과 사위의 얼굴이 커다랗게 그려진 벽화는 후포리 관광 기념사진을 찍는 '핫 스폿'이 됐다.
후포리에선 매해 '울진대게축제'가 열리고, 횟집들도 많아 먹거리와 볼거리가 풍부한 편이다. 후포리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후포등대는 후포항 근처 가장 높은 곳인 등기산 꼭대기에 세워져 있다.
이제는 후포등대가 그 역할을 이어가고 있고, 등기산은 공원으로 주민들의 편안한 공간이 됐다. 후포등대 주변에는 정자인 남호정과 신석기전시관, 오랜 나무들이 함께 잔디공원을 이루고 있다. 특히 수령 200년이 넘었다는 팽나무는 바다와 어우러지며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다운 자태를 뽐낸다.
우리나라 최대 대게잡이 항구…겨울은 ‘후포항의 계절’
대게잡이 하얀배들 쉴틈 없어… 매일 큼직한 대게들 어판장으로
후포항은 항구 고유의 정취와 활력이 넘치는 국내 최대의 대게잡이 항구다. 대게철인 한겨울부터 이듬해 봄까지 가장 붐비는 항구인 후포항 곳곳에는 수산물 가공 공장들이 들어서 있을 정도로 풍부한 어획고를 자랑한다. 후포항에선 매일 아침 큼직한 대게들이 어판장 바닥에 깔리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하얀 배를 위로 향하게 해 대게들이 움직이지 못하도록 한다. 익숙한 손놀림으로 대게를 크기에 따라 분류해 놓으면 순식간에 중매인과 구경꾼들이 경매사를 둘러싼다. 경매사는 중매인들이 내미는 나무판에 적힌 입찰가격을 보고 최고 낙찰가를 알린다. 경매가 끝난 대게는 손수레에 실려 가고 대기했던 대게들이 다시 어판장 바닥에 깔리기를 반복한다.
후포항은 수산물을 사러 몰려든 상인들과 관광객들로 늘 북적거린다. 손님을 끄는 아주머니들의 시원스런 목소리가 발길을 잡는 후포항 횟집촌에서 갓 잡혀온 싱싱한 회와 유명한 울진대게를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맛볼 수 있다.
임금님 수라상에 올랐다는 대게는 찬바람이 불어야 속이 찬다. 11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 제철이지만 살이 통통하게 오른 대게는 2월부터 맛볼 수 있다. 대게 생산량 1위인 울진은 대게 원조마을로 통한다. '동국여지승람' 등에 따르면 고려시대부터 대게가 울진의 특산물로 자리 잡았다고 한다. 조선 선조 때 영의정을 지낸 이산해(1539~1609)도 이곳으로 귀양 왔다가 대게가 많다고 해서 '해포(蟹浦)'라는 이름을 지어줬다고 전해진다.
대게는 크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 아니다. 몸통에서 뻗어 나온 8개의 다리 마디가 마른 대나무를 닮아 대게로 불린다. 대게 중에서도 최상품은 박달대게. 속이 박달나무처럼 단단하게 차고 맛과 향이 뛰어난 박달대게는 배 한 척이 하루 2∼3마리만 낚을 정도로 귀하신 몸이다. 경매가도 한 마리에 10만원이 훌쩍 넘는다.
대게의 고향은 후포항에서 동쪽으로 23㎞ 떨어진 왕돌초 일대다.
수중 경관이 아름답고 한류와 난류가 교차해 다양한 해양생물이 분포하는 생태계의 보고로 알려졌다.
대게는 껍질만 빼고 모두 먹을 수 있다. 찜통에 10~15분 정도 쪄낸 대게 다리를 부러뜨려 당기면 하얀 속살이 나온다. 게 뚜껑을 열어 뜨끈뜨끈한 밥과 비벼먹는 게장도 별미 중의 별미로 꼽힌다.
올해 울진대게축제는 오는 3월 1일부터 4일까지 후포항 왕돌초광장, 한마음광장 일대에서 열린다. 올해로 19회째를 맞는 대게축제는 울진군이 다른 지역에서 잡히는 대게와 차별화하고 전국에 울진대게의 우수성을 알리기 위해 매년 여는 지역 최대 축제다. 축제는 후포항 한마음광장에서 개막식을 갖고 축제기간 다양한 행사로 꾸며진다.
이와함께 울진대게 홍보전시관 운영, 세계 대게요리 시연 및 전시, 대게잡이 참관 및 선상 일출 등 다양한 특별행사도 준비돼 있다.
yccho@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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