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 국회 임명동의제와 책임총리·책임장관제 실시, 예산편성권 국회 일임 등 자유한국당이 추진하는 '분권형 개헌'의 구체적 방향이 가시화되고 있다.
일각에선 의원내각제까지 제시됐으나, 분권형 개헌을 통해 대통령의 권한을 쪼개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였다.
한국당 개헌특별위원회가 9일 국회도서관에서 개최한 '전문가와 함께하는 개헌토론회'에서 이같은 의견이 제시된 가운데 이날 토론회에서 나온 방안은 3월초에 마련될 한국당 자체 개헌안에 적극 반영될 가능성이 높다.
박명호 동국대 교수는 '분권형 개헌과 선거제도'라는 주제의 발제를 통해 △대통령 임명 고위공직자 국회 동의제 △책임총리 및 책임장관제 △ 감사원 국회 소속 변경 △정부 법안 제출권 폐지 △예산편성권 국회 일임 등 분권형 개헌을 위한 5가지 제도적 장치를 제시했다.
박 교수는 "대통령과 행정부의 일부 권한과 소관기관을 입법부로 이관하거나 독립기관화 해야 한다"며 "입법부의 강화를 통해 대통령과 행정부에 대한 통제를 높이는게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모든 국무위원을 비롯해 법률로 정하는 고위공직자에 대한 국회 임명동의제로 대통령 인사권을 제한해야 한다"고 제안한 박 교수는 "국회 소관 상임위의 인사청문회를 거친 뒤 국회의 동의를 받게 하는 방법이 있다"고 소개했다.
박 교수는 "대통령의 국가원수직을 폐지해 대통령이 국회와 대등한 국가권력의 수반임을 분명히 하는 방법도 있다"며 "책임총리와 책임장관제가 가능하도록 헌법적 근거를 마련해 대통령 권한행사에 대한 국무총리 등 행정권 내부의 통제권을 실질화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국무총리와 국무위원의 대통령 보좌기관으로서 지위를 삭제하거나 행정에 대한 통할권이 대통령과 국무총리의 협의 아래 이뤄지게 하자는 것이다.
이외에도 감사원을 국회 소속으로 하거나 독립기관으로 하는 방법도 제시한데 이어 정부의 법률안 제출권 폐지로 국회 입법권을 강화하는 방법도 제안했다.
박 교수는 "예산관련 국회 주도성을 강화하는 방법도 있다"며 "예산 편성권을 국회에 일임하거나 예산법률주의를 통해 재정민주주의와 재정의 책임성 강화를 시도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패널들도 찬성 의견을 개진했다.
가상준 단국대 교수는 "국회 동의가 없으면 고위공직자에 대한 임명을 제한하는 것은 필요하다'며 "대통령제 폐해를 해결하는 가장 근원적인 방법이 의원내각제란 점에서 한국당은 의원내각제를 택하면 어떤가"라고 제안했다.
윤종빈 명지대 교수도 "대통령과 총리가 권한과 책임을 분담하는 이원정부제가 제왕적대통령제의 폐해를 막고 권력을 분산하는 가장 적절한 대안"이라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의 이같은 의견에 대해 한국당은 자체 개헌안 작성에 적극 반영한다는 방침이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이날 토론회에서 "대한민국은 제왕적 대통령제를 종식시키지 않는 한 불행한 역사가 끊이지 않을 수 없다"며 "오늘 이 토론회 결과를 상당히 중요한 내용으로 참고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한국당 개헌특위 위원장인 주광덕 의원도 "이번 개헌의 핵심은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극복할 수 있는 권력구조 개편"이라며 "국민의 목소리를 가감 없이 들어 국민이 원하는 국민중심 개헌안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hjkim01@fnnews.com 김학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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