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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 레저] 제주4.3 상흔 '빼곡' 다크투어리즘 명소, 제주 동광마을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2.15 16:42

수정 2018.02.26 22:35

제주포토기행…구좌읍 송당리-안덕면 동광리 [하]
큰넓궤
큰넓궤

[제주=좌승훈기자] 최근 제주 동.서 핫 플레이스하면 떠오르는 곳이 동쪽의 제주시 구좌읍 송당리와 함께 서쪽의 서귀포시 안덕면 동광리다.

특히 최근 대중교통 전면 개편과 함께, 제주 중산간지역을 촘촘하게 연결하는 관광지 순환버스가 운행됨으로써, 뚜벅이 여행자의 접근성도 높아졌다.

■ 사통팔달 교통의 중심…제주 중산간 ‘핫 플레이스’ 부상

송당마을 탐방에 이어 오늘 행선지는 동광마을. 마침, 최근 잇단 폭설과 한파도 물러났다. 투명한 대기의 중산간 들녘은 폐 속까지 말끔하게 씻어내는 공기 청정제다. 낮은 하늘은 더욱 낮아져 만져질 것 같다.


그러고 보니 오는 19일은 우수(雨水). 눈이 녹아 비가 된다던가? 꽃샘추위가 봄을 시샘하겠지만, 계절의 변화는 어김없다. 어차피, 봄기운이 돌면 초목은 싹트기 마련이다.

동광마을 입구
동광마을 입구

동광리는 대중교통 체제 전면 개편과 함께 동광환승센터가 있는 곳이다. 교통환경이 사통팔달이다. 평화로변 동광 육거리는 제주시 연동-노형방면과 서귀포시, 한림읍, 대정읍, 안덕면 방면으로 길이 나 있다.

인근에는 제주영어교육도시와 제주신화월드도 자리잡고 있다. 이 같은 교통여건은 이 마을의 가장 큰 이점이자 자산이다.

■ 농촌체험휴양마을이자 정부 지정 농촌관광 코스 10선에 선정

동광리는 농촌체험휴양마을이다. 2016년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어촌공사가 추천하는 농촌관광 코스 10선에 선정된 곳이다.

오름으로 둘러싸인 아름다운 마을로 당오름(473m)을 기점으로 서쪽에 도너리오름(440m), 동쪽에 개오름(496m)이 있으며, 도너리오름과 개오름 중간 지점에 원물오름(458m)과 감낭오름(440m)이 있다.

오설록
오설록

농업·농촌의 다원적 가치를 공유할 수 있는 곳으로서, 캠핑체험, 승마체험, 역사문화탐방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다. 관광코스로서 ‘생각하는 정원’ ‘유리의 성’ ‘오 설록 티 뮤지엄’ ‘제주서커스월드’과 연계해 마을을 둘러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동광리는 국내 첫 ‘그린 빌리지’로서, 마을 주택 대부분이 태양광 발전설비가 구축돼 있다. 청정에너지 보급을 위해 제주도가 2004년부터 57가구에 3㎾용량의 주택형 태양광 발전기를 설치, 전기를 자급자족 할 수 있도록 했다. 이 때문에 청정에너지 현장학습 장소로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한다.

안덕면 동광마을 농촌체험자방문센터
안덕면 동광마을 농촌체험자방문센터

마을 공동체이자 배움터인 동광분교장은 2009년 폐교될 때까지 지난 41년 동안 졸업생 824명을 배출했다.

2011년 7월 서귀포시교육지원청이 학교 터 입구에 세운 ‘배움의 옛 터’ 표지석에는 「1967년 어려웠던 시절에 주민들의 사랑과 정성으로 세워진 이 곳은 동심들이 햇살을 받으며 푸른 꿈을 키우며 정들었던 교정, 교실 두 개와 짧은 복도, 그야말로 아담한 배움의 터전이었습니다. 2009년 아쉬운 마흔 한 해로 닫았지만, 바람결에 실려 올 것만 같은 개구쟁이 추억들과 아이들의 웃음소리를 오래도록 기억하고파 이 비를 세웁니다」 라고 적혀 있다.

마을 공동체이자 배움터인 동광분교장
마을 공동체이자 배움터인 동광분교장

동광분교장은 폐교 이후 마을에서 제주도교육청으로부터 임대받아 녹색농촌체험마을 방문자센터로 운영하고 있다. 천연 잔디 운동장에 폐교시설을 활용해 숙소, 샤워실, 화장실, 관리실을 만들었다. 별관은 음식 만들기 체험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인근 텃밭에선 인근 텃밭 고구마 캐기 체험이 이뤄지며, 오름 탐방과 식물과 곤충을 관찰하는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되고 있다. MT(Membership Training), 워크숍 장소로도 안성맞춤이다.

주 5일 근무와 함께 가족·직장 단위로 조용하고 뜻있는 여행을 즐기려는 여행객이 증가함에 따라 휴가지로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곳이 바로 동광 농촌체험휴양마을이다.

무등이왓
무등이왓

■ 4·3 다룬 영화 ‘지슬’ 촬영지…4·3 70주년, 유적지 탐방 잇따라

동광리는 제주4・3의 깊은 상흔이 밴 곳이다. ‘무등이왓’은 당시 마을의 흔적을 통해 4·3의 역사를 이해할 수 있다. 4·3 당시 초토화돼 폐촌된 ‘무등이왓’은 집터와 팽나무, 대나무 등만이 사람이 살았던 곳임을 알려준다. 이곳에는 최근 당시의 상황을 설명하는 안내판들이 곳곳에 붙어 있어 4·3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인근 ‘큰넓궤’는 제주 4·3의 참극을 알린 영화 ‘지슬-끝나지 않은 세월2’의 촬영지다. 동광리 주민 120여명은 1948년 겨울 제주4·3 당시 50~60일 동안 캄캄한 굴속에서 피신 생활을 하다 토벌대에 발각됐고, 한라산으로 도망가다 붙잡힌 주민들은 정방폭포에서 총살됐다고 한다.

동광리 4・3 유적지는 평화와 인권교육의 중심지다. 올해 4·3 70주년을 맞아 다크 투어리즘(Dark Tourism·전쟁이나 학살 등 비극적인 역사의 현장을 돌아보며 교훈을 얻는 여행)의 대표적 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커피멜로, 돌코롬케이크, 동광생활체육관
커피멜로, 돌코롬케이크, 동광생활체육관

이곳에도 송당마을처럼 이색 카페・음식점들이 하나둘 들어서고 있다. 로스팅 카페 '커피맛이멜로'는 2016년 문을 연 곳이다. 원래 2010~2015년 서울 북촌한옥마을 인근에서 같은 이름으로 카페를 운영하다, 이곳으로 옮겨왔다. ‘시즌 2’인 셈이다. 커피를 마시면서 혼자만의 시간, 자연과 함께 사색을 하기 좋은 공간이다.

다음은 돌코롬케이크. 동광육거리 인근에 있다. 포스트모더니즘, 신 표현주의 화가인 장 미셸 바스키아의 그림을 콘셉트(concept)로 인테리어를 한 게 특징이다. 이곳의 대표 메뉴는 흑돼지 함박스테이크. ‘돌코롬’이 ‘달콤하다’는 뜻의 제주어다.

당오름에 오른다. 옛날부터 당이 있어 주민들이 축원을 드리던 곳이었다고 하나 송당마을 당오름과 달리 당이 없다.

평일 오후, 인적이 뚝 끊긴 그곳에는 매서운 칼바람 소리만 들릴 뿐 아주 조용하다. 고독을 통해 자신을 발견하기 위한 장소로서 겨울 오름만큼 좋은 곳도 없다.

탁 트인 전망과 구수하고 향긋한 흙 내음이 반갑다. 깊이 숨을 들이마셔 본다.
모든 것이 차분하다. 호젓하다.
단조롭다. 너무나 오랜만에 맛보는 권태…
jpen21@fnnews.com 좌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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