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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졸채용, 정권 입맛따라 '반짝' 후 시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2.21 17:40

수정 2018.02.21 21:26

시중銀, 고졸채용 502명→107명… 5년만에 3분의 1 토막
정권 바뀌며 추진동력 잃어.. 블라인드 채용 확대되면서 고졸전형 등 사라지는 추세
고졸채용, 정권 입맛따라 '반짝' 후 시들

고졸채용, 정권 입맛따라 '반짝' 후 시들

한동안 경쟁적으로 고졸 채용을 늘려왔던 은행들이 정권이 바뀌자 고졸채용자 숫자를 크게 줄인 것으로 집계됐다. 과거 MB(이명박)정부 당시 특성화고나 마이스터교 활성화 정책과 더불어 사회적으로 '고졸채용' 바람이 불었지만, 정권이 바뀐 후에는 추진동력을 잃은 것이다. 특히 이번 정권에서는 '블라인드 채용'이 대세가 돼 학력제한없는 열린채용이 확대되면서 고졸들만 응시할 수 있었던 전형자체가 감소하거나 사라지고 있는 추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시중은행 고졸채용 감소세

21일 시중은행에 따르면 각 은행의 고졸채용 숫자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고졸채용 붐이 일었던 MB정권시절인 2012년만해도 우리은행이 고졸 직원 200명을 채용하며 가장 높은 채용 실적을 기록했다.
이어 신한은행이 103명, NH농협은행 100명, 하나은행 79명 순으로 고졸 직원채용이 잇따랐다.

그러나 박근혜정부가 들어선 후 고용정책의 기조가 '경력단절여성'으로 바뀌면서 고졸채용은 감소하기 시작했다. 2014년 농협은행의 고졸채용 숫자가 0명으로 떨어졌으며, 신한은행은 2013년의 절반 수준인 78명으로 하락하는 등 은행들의 고졸 직원 채용 하락세가 두드러졌다. 이후에도 고졸 채용 감소세가 지속돼 지난해 농협은행의 고졸채용 숫자는 8명, 하나은행은 20명, 우리은행 34명, 신한은행 49명에 불과했다.

다만 국민은행의 경우 지난 2015년부터 2017년까지 꾸준히 70명을 뽑으며 일정 비율을 유지했다.

■블라인드채용으로 고졸채용 흡수

올해는 정부의 방침대로 공공기관과 공기업 등에 블라인드 채용이 도입되면서 금융권 역시 '블라인드 채용' 바람이 불고 있다. 블라인드 채용이란 이력서에 학력, 신체조건, 출신지 등을 기재하지 않는 '스펙 없는 열린채용'을 뜻한다. 그러나 블라인드 채용이 확대될 경우 고졸채용이 증가할 지, 감소할 지 여부는 아직 미지수다. 특히 은행권의 경우 기존에는 특성화고 채용 등 고졸채용을 위한 별도전형을 운영했으나, 블라인드 채용이 주요 흐름이 되면서 해당채용을 운영하지 않는 경우가 생기고 있다.

실제로 신한은행은 지난 2016년까지 특성화고 졸업자를 대상으로한 고졸채용을 운영해왔으나, 지난해부터는 해당 전형자체를 없애고 열린채용으로 흡수해 운영하고 있다. 농협은행 역시 특성화고 전형 등을 따로 운영하지 않고 지원자격에 제한이 없는 열린채용 방식으로 채용을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들 또한 "아직 올해 채용에 대한 구체적인 방식 등이 정해지지 않았다"면서도 "별도의 고졸채용 전형이 없더라도 지원자격에 대한 제한이 없는 일반채용이 진행되기 때문에 이 경우 블라인드 면접을 진행하므로 학력에 관계없이 채용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고졸채용 전형이 블라인드 채용으로 대체된다해도 입사에 필요한 자질을 갖춘 준비된 인재라면 학력에 상관없이 당당히 통과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러한 블라인드 채용 확대로 오히려 고졸들이 설 자리가 점점 더 사라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결국에는 이러한 추세는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그동안 고졸 행원들이 주로 맡아왔던 단순 금융거래 등은 은행의 디지털 금융 전환으로 일자리가 많이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가뜩이나 은행들이 인원감축에 나선 상황에서 고졸채용을 늘릴 수도 없는 노릇아니냐"고 반문했다.

aber@fnnews.com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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