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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 컬처] 다시, 명성황후.. 3년만에 돌아온 뮤지컬 배우 김소현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2.22 19:54

수정 2018.02.22 19:54

전에는 카리스마 있는 명성황후에 집중했다면 지금은 내면을 보고 있어요 더 깊어진 모습 기대해주세요
[yes+ 컬처] 다시, 명성황후.. 3년만에 돌아온 뮤지컬 배우 김소현

"전에는 카리스마 있는 명성황후에 대해 고민했다면 지금은 그 내면을 살피고 있어요. 다시 배역을 맡고나니 더 깊어진 모습을 어떻게 보여줄 수 있을지 생각하고 있고요."

3년의 시간. 어쩌면 모든 것이 다 잊혀질 수도 있는 시간이다. 하루하루 무대에서 살아가면서 매번 새롭게 찾아오는 배역은 지난 역할들을 금세 지워버리지만 김소현(사진)이 3년 전 만난 '명성황후'라는 배역은 지금껏 그의 가슴에 깊이 새겨져 있었다.

"윤호진 연출이 다음에도 꼭 해라 하셔서, 언제 다시 하게 될지는 몰랐지만 너무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 같아요."

오랫동안 뮤지컬 배우 김소현에게 대명사처럼 따라붙는 수식어는 '오페라의 유령'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세계 4대 뮤지컬 중 하나인 '오페라의 유령'이 국내 라이선스 공연으로 초연됐던 2001년 여주인공 크리스틴 역으로 혜성처럼 데뷔했기 때문이다. 이후 수많은 작품들에 출연했지만 크리스틴이라는 역할 이상의 강렬한 캐릭터가 없었다.
그러던 중 3년 전 만난 '명성황후' 캐릭터가 이제 크리스틴을 넘어 그를 수식하는 또다른 이름이 됐다.

"해외 대작과 국내 창작 대작을 대표작으로 갖게 돼 감사할 뿐"이라고 말을 꺼낸 그는 "윤호진 연출이 '명성황후' 20주년 기념 무대에 저를 세웠는데 3년이 지난 이번 공연에서도 다시 캐스팅하신 걸 보면 제가 표현한 캐릭터와 연출가가 추구하는 방향성이 일치한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3년 전 공연이 끝난 후에도 언젠가 다시 이 역을 하게 될 것이라는 생각에 그는 이후에도 끊임없이 명성황후가 살았던 시대에 대한 공부를 꾸준히 해왔다고 전했다. "제가 살짝 완벽주의 경향이 있어요. 무언가에 꽂히면 끝까지 파야 직성이 풀려요. 대학 때도 악보에 징그러울만큼 음표 하나하나 분석했던 성격이 지금도 남아있나 봐요. 그래서인지 명성황후에 대한 동영상부터 책, 그 시대 생활상에 대한 것도 다 찾아봤죠. 외국인 공사가 쓴 개인 일기 속 명성황후에 대한 기록도 살펴봤고요. 명성황후에 대한 역사적인 평가는 제각각이지만 아무래도 제가 그 역할로 무대에 서게 되니 좋은 평가가 눈에 더 들어오긴 했지만요."

단지 2시간여의 공연에서 대본에 따라 연기를 할 뿐이지만 작은 표정 하나하나에서도 명성황후가 느꼈을 생각과 마음을 담아내고 싶었다는 그는 그렇기에 매번의 공연이 스스로에게도 새롭게 다가온다고 했다. "공연 예술은 100점이 없잖아요. 매번 평가할 수 있는 부분이 다를 수밖에 없고요. 특히 이번 공연 포스터를 보면 눈을 보여주지 않은 채 얼굴의 아랫부분부터 손을 모으고 있는 일러스트로 명성황후를 표현했는데 저는 공연장에 오신 관객들에게 명성황후의 눈빛을 대신 보여주는 사람이 되고 싶었어요. 그러려면 대본 이상의 이해가 필요하다고 생각했고요. 그런 마음이 전달됐으면 좋겠어요."

이번 작품에서는 그의 남편 손준호가 고종 역할로 출연한다. 과거 '오페라의 유령'에서의 인연으로 부부가 된 두 사람이 이후 같은 작품에서 상대역으로 출연하게 된 것은 지난해 '팬텀' 이후 두번째다.
"저희가 공연으로 만난 커플이지만 한동안은 서로 같은 공연에 출연하는 걸 피하려고 했어요. 오히려 프레임이 생기거나 작품을 하는데 방해가 될까봐서요. 하지만 지난해 같이 무대를 서보고나니 오히려 시너지가 날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었어요. 상대역을 하니 평상시 집에서도 대사를 맞춰볼 수 있어 좋고요. 하하"

끝으로 '명성황후' 이후 새로운 도전을 준비하고 있는지 물었다. 그랬더니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다.
그는 "뮤지컬 외에 다른 데 눈을 돌릴 여력이 없다"며 "사람들이 유명해졌는데도 왜 계속 오디션을 보냐고 묻고 때론 웃기도 하시는데 저는 그게 저를 성장시키고 긴장시키는 자극제가 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지금은 온전히 '명성황후'에 집중하고 있지만 앞으로도 계속해서 오디션에 지원하고 도전하는 그런 삶을 살고 싶어요."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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