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씨 부부는 병원 측이 태아 머리보다 임신부 골반이 작은 '아두골반 불균형' 상태를 확인하고도 제왕절개가 아닌 자연분만을 시행했고 분만 후에도 경과관찰을 소홀히 해 아기가 사망에 이르렀다며 병원 의료재단과 의료진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1심 재판부는 병원 측의 의료과실이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B씨가 분만을 위해 병원을 찾았을 때 자연분만이 불가능하다고 볼 만한 특이사항은 발견되지 않았다"며 "진료기록 감정에 따르면 B씨의 분만과정이 순조롭게 이뤄졌고 숨지기 전 아기의 증상인 모상건막하 출혈은 제왕절개 시에도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기의 분만 직후 상태를 볼 때 특별히 추가적으로 시행해야 할 조치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경과관찰상 과실도 인정하지 않았다.
2심 재판부는 아기에 대한 경과관찰을 게을리한 병원의 과실이 일부 인정된다고 봤다. 서울고법 민사17부(이원형 부장판사)는 "모상건막하 출혈을 제때 발견하지 못함으로써 아기가 두피의 미만성 출혈에 의한 저혈량성 쇼크를 조기에 치료받지 못해 사망에 이르게 한 과실이 있다고 보는 것이 상당하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병원 의료진은 아기의 활력징후 등이 정상이었다고 안심할 게 아니라 산류 또는 두혈종의 진행 경과 등을 관찰할 필요가 있었다"며 "모자동실(母子同室)을 허가할 때부터 모상건막하 출혈 증상이 확인될 때까지 아기에 대한 경과관찰을 했다는 아무런 자료가 없다"고 판기했다. 의료진이 산모와 아기가 함께 방을 쓰던 중 경과관찰을 시행했다면 사전에 증상을 발견, 적절한 치료를 통해 사망을 막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다만 아기의 모상건막하 출현의 원인이 명확하지 않고 증상을 예견하기 어려웠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감안해 의료재단과 담당 소아청소년과 의사의 책임을 30%로 봤다. 이에 따라 B씨 부부에게 지급해야 할 손해배상액은 총 1억300여만원으로 산정했다.
fnljs@fnnews.com 이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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